KBS, 디지털 전환 이후 광고축소 시사… 수신료 인상은 종편 종잣돈?
입력 2010-11-22 21:46
KBS는 이사회가 월 2500원인 수신료를 3500원으로 올리는 안을 의결한 것과 관련, 22일 공영성 강화와 디지털 전환 완수 등 ‘대국민 약속’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초 현행 유지할 것으로 알려진 광고는 점차 줄일 것을 시사해 종편 지원을 위한 수신료 인상이 될 여지가 남게 됐다.
KBS 김인규 사장은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30년째 월 2500원으로 묶여있는 낮은 수신료와 비공영적 재원 구조로는 공영방송으로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기 어렵다”며 “진정한 공영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KBS는 수신료 인상으로 연평균 2092억원의 수익을 추가로 얻는다. 여기에 자구 노력으로 절감한 634억원을 더해 추가로 생긴 2726억원으로 디지털 전환(1555억원), 고품격 콘텐츠 생산(680억원), 지역방송 강화 등 시청자 서비스 강화(279억원), EBS 지원 확대(212억원)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광고는 인위적으로 줄이지 않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서 조정할 계획이다. KBS는 전체 재원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41.6%(5930억원)에서 2014년까지 33.7%(5386억원)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디지털 전환이 마무리된 이후에는 광고를 대폭 축소 또는 폐지하고도 KBS를 운영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결국 광고를 줄이겠다는 것인데, 줄어든 KBS의 광고 물량으로 인해 남게 된 기업들의 광고비가 현 정부의 추진 사업인 신규 종편 채널 사업자에게 흘러가게 된다. 그러면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꺼낸 돈으로 특정 종편 사업자를 도와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KBS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공영성 평가 지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영성 평가 기구를 준비하고 시청자위원회 구성 방식 개선, 제도개선특별위원회 구성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은 과거 공청회 등에서 나온 선언적 계획에 그쳐 국민 여론을 설득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유홍식 중앙대 교수는 “구체적인 이행 시기를 밝히고 작은 부분부터라도 가시적인 변화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는 지난해 5200명인 직원을 2014년까지 4200명으로 대폭 줄이고, 매년 사업 경비를 10%씩 절감하는 자구책도 밝혔다. 하지만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매년 몇 명씩 인원을 감축하고, 비용을 절감할지 구체적이고 정밀한 자구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지려면 무엇보다 KBS의 공영성 제고와 내부의 실효성 있는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