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원심분리기 공개] ‘전략적 인내’ 지속에 무게… 對北 압박은 계속된다
입력 2010-11-22 18:30
정부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현 대북 정책 기조인 이른바 ‘전략적 인내’를 지속하는 쪽으로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전략적 인내란 과거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휘말려 양보만 거듭해온 데 따른 반성으로 북한이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보일 때까지 시간을 갖고 압박 기조를 유지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는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방한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일 뿐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는 데에서 나타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미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최근의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 단지 염려했던 것이 현실화된 것뿐”이라면서 기존 정책에서 큰 틀의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보즈워스 대표 역시 심각한 도발 행위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위기는 아니다. 우리는 놀라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기존에 가하던 압박을 더욱 강화해 ‘강(强) 대 강’으로 맞설 가능성도 있다. 한·미 정부 일각에서는 최근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등 적극적으로 대화 공세에 나서는 것을 두고 전략적 인내 정책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공개라는 초강수에 밀려 또다시 뒷걸음질칠 경우 그동안 대북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하는 꼴이 된다. 따라서 북한과 한·미의 기싸움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추가 제재에 대해 “북한의 행동, 관련국과 협의 후 결정할 문제”라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지만 “나쁜 행동에 보상이 따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협상 국면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시간을 끌어봐야 북한의 핵 능력만 강화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설이 제기되는 상황이고, 농축 우라늄 등 핵물질 수출을 감행할 경우 한·미 당국이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다. 이런 대북 접근법 조정 필요성은 미국의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어 이번 사태의 대응 방향이 주목된다. 이번 사태에 대한 한·미의 대응 기조는 보즈워스 대표의 아시아 순방과 위성락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의 중국 방문 등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 간 조율을 거쳐 다음달 초쯤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