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원심분리기 공개] “HEU 실태 파악부터” 신중… 뒤통수 맞은 中 불쾌
입력 2010-11-22 18:30
중국은 먼저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에 대한 구체적 실상을 파악한 뒤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실제로 북한이 핵무기 제조를 위해 우라늄 농축에 나선 것으로 판단될 경우 국제사회와 공조, 대북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북한의 행위는 과거 두 차례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에 정면 위배되는 것으로 중국도 용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당장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등 신중한 반응이다. 우선 북한의 원심분리기 설치 시설의 실상과 이를 공개한 의도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당장 대북 압박에 공조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공산당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장롄구이 교수는 22일 동방조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북핵 문제에 대한 압박에 나서길 바라지만 낙관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핵능력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조속한 6자회담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북한의 이번 행동에 대해서도 우라늄 핵능력을 과시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의 이번 행동 자체에 대해서는 못마땅한 입장이다. 천안함 사건이 잠잠해진 이후 북한과의 공조로 6자회담 재개 노력을 기울이는 와중에 북한이 또 다른 악재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하는 등 더욱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해온 상황에서 뒤통수를 맞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베이징의 고위 소식통은 “중국도 불쾌감 속에 실상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당장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공조하기보다 6자회담 재개 분위기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