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살 떼내 어머니 살린 효자 ‘효행像’ 세웠다

입력 2010-11-22 21:55


지극한 효심으로 어머니의 생명을 구했던 효자 임세환(1938∼1968)씨가 세상을 떠난 지 40년이 지나서야 빛을 보게 됐다.

충북 영동군과 임세환효행상건립추진위원회는 22일 자신의 살을 떼어 사경을 헤매던 어머니를 구한 뒤 후유증으로 요절한 임씨의 효행상(像)을 영동읍 부용리 이수공원에 건립했다. 조소 작가인 조성필(43)씨가 디자인한 이 효행상은 청동과 화강석, 오석 등으로 만들어졌다. 가로 6.6m, 세로 4.4m, 높이 2.75m 규모로 모친의 따스한 사랑에 대한 아들의 공경심과 효심을 형상화했다.

임씨는 영동중학교 3학년이던 1954년 보리방아를 찧던 어머니가 방앗간 기계에 옷이 말려들면서 하반신이 으스러지는 끔찍한 사고를 당하자 자신의 양쪽 허벅지 살을 떼어 어머니를 구했다.

동생 두환(71·영동읍 계산리)씨는 “당시 영동읍내 구세군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던 어머니를 살리려면 많은 혈액과 살을 이식하는 수술을 해야한다는 말을 들은 형이 망설임 없이 수술대에 올랐다”며 “마취술이 발달하지 않은 때라 형의 팔과 다리를 침대에 묶어놓은 채로 어머니에게 이식할 허벅지 살을 떼어냈다”고 회고했다.

한 달 이상 병원신세를 지고 퇴원한 임씨는 수술 후유증으로 악성빈혈을 앓기 시작했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서울 문리사대(현 명지대)를 거쳐 고향인 영동초교 교사로 부임했다. 그러나 고향에 돌아와 가정까지 꾸리고 행복하게 살던 그는 서른한 살이던 1968년 고질병인 빈혈이 악화돼 쓰러진 뒤 끝내 일어서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영동=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