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이다’ 연출자로 변신 박칼린 음악감독 “남의 얘기 경청, 어머니 교육 덕분”
입력 2010-11-22 19:31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 오합지졸 합창단을 두 달 만에 훌륭하게 바꿔 ‘박칼린 리더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박칼린(43) 음악감독은 “리더라는 말이 참 싫다”고 했다.
22일 뮤지컬 ‘아이다’ 쇼케이스가 열린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만난 박 감독은 “조직을 이끄는 사람은 상하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고 리더의 위치를 정의했다. 그는 “리더가 위에서 군림하려고 하면 사람을 못 끌고 간다”면서 “윗사람은 말, 행동 이런 걸 제일 조심해야 한다. 먼저 챙기고 맨 나중에 가고 마지막에 밥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교육 덕분에 사람을 잘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주말마다 엄마가 강의하는 학교에 우리를 데리고 가셨어요. 우리도 나중에 사람들 앞에서 얘기할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하셨대요. 엄마는 말을 잘 못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셨어요.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는 걸 배웠고 동시에 남의 얘기를 경청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는 요즘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고 큰 눈을 끔벅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저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대중이 쳐다보니 더 열심히 하라고 누군가 얘기해도 더 이상 짜낼 게 없어요. 그 전에도 소홀히 한 적 없고 지금도 지쳐서 못하면 못했지 대충한 적은 없어요.” 그러나 “길에서 떡볶이 사먹는 것도 좋아하고 슈퍼에 가서 제품에 표시된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런 걸 점점 못하게 돼 아쉽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박 감독은 다음 달 18일 막을 올리는 뮤지컬 ‘아이다’에서 연출자로 변신한다. 그는 2005년 국내 초연 때 음악감독으로 이 작품에 참여했다. 박 감독은 “초연보다 가사와 대사가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졌다”고 설명했다. “‘아이다’는 5분도 잘라낼 것이 없을 정도로 알맹이만 있는 작품이에요. 세트도 세련되고 엘튼 존의 음악도 계속 귀에 맴돌죠. 아주 심플한 사랑이야기에 전하는 메시지도 있고요.”
그는 이미 내년 연말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다. 내년 4월에는 연극 ‘피아프’ 연출로 연극 연출자 도전에 나서고, 가을에는 창작 뮤지컬 한 편을 준비 중이다. 연말에는 뮤지컬 ‘렌트’의 연출을 맡을 예정이다. 박 감독은 “이왕 사는 인생 즐겁게 살자는 생각밖에 없다”면서 “문제는 항상 있지만 나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걸 즐기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못 해내는 걸 못 참아요. 틀렸든 맞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만큼 안 하는 게 너무 찝찝해요.”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