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줄면 부동산 값은 오를까 내릴까

입력 2010-11-22 18:44


인구 통계는 먼 미래를 내다보는 망원경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도 적용된다. 인구변화에 따른 부동산 수요 변화는 당연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인구 증감과 이에 따른 가구 수 증감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인구, 가구 수에 대한 해석과 시장 상황 전망은 엇갈린다.



◇가구 수 증가는 부동산 수요 증가=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한국 인구는 2018년 493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차차 감소한다. 하지만 가구 수는 2014년 1800만, 2020년엔 1900만 가구를 돌파하고 2030년 1987만 가구로 계속 증가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데도 가구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가구당 평균 구성원 수가 2.83명에서 2030년 2.35명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신 2005년 42.1%였던 1∼2인 가구 비중은 2030년 51.8%까지 늘어난다.

건설업계에선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주장의 핵심 근거로 가구 수 증가를 들고 있다. 가구 수 증가가 지속적인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부동산 가격을 받쳐줘 상승세가 계속된다는 설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수요와 직결되는 가구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 데다 한국 노후세대의 주택 보유에 대한 애정이 높아 주택 수요가 줄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부동산 시장이 짧은 주기로 상승 하강을 반복하겠지만 본질적으로는 계속 오르게 돼 있다”고 말했다.

◇가구 수 통계에는 오류가 있다=하지만 전체 가구 수 증가가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 통계청 추계를 근거로 재작성한 통계에 따르면 ‘부동산 신규수요 연령대 가구 수’는 2011년까지 증가하다가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연구소가 정의한 신규 주택수요는 집을 살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꾸준히 돈을 모으는 나이인 20대부터 50대 전반까지 세대를 뜻한다. 이 이후 연령대는 새 집 장만보다는 보유한 주택을 활용해 노후자금을 마련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젊은 층의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는 서울과 경기도조차도 각각 2013년, 2015년이면 신규수요가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2∼3년만 지나면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 숫자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다.

1∼2인 가구 수 증가 역시 부동산 수요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엔 1인 가구의 36.8%가 65세 이상이며 이 비율은 2030년 49.6%로 늘어난다. 1인 가구 절반이 노인 세대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4∼5억원 이상인 중대형 아파트 신규 수요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이 연구소 선대인 부소장은 “저가 소형 매매가 일시적으로 움직일지는 몰라도 수도권 주택시장의 핵심인 중대형 아파트 매매가가 의미 있는 반등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 이유도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한 구매력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