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행정부 반응 “북한의 새로운 압박카드”
입력 2010-11-21 21:48
미국은 북한의 ‘원심분리기 2000개 가동’을 도발적 행위(provocative act)라고 규정했다. 지금까지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북한의 새로운 압박 카드로 보고 엄중한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20일 “북한이 원심분리기 2000개를 가동 중인 우라늄 농축시설을 갖추고 있다면 이는 분명한 도발행위”라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듯 미 행정부의 대응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수일 전 우라늄 시설에 대한 보고를 받은 백악관과 국무부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긴급히 이날부터 한국과 일본, 중국에 보냈다. 방문 목적도 북한의 ‘우라늄 도발’을 논의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당초 22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아시아 방문길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이번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는 다목적용이라는 게 미 행정부의 분석이다. 미국을 핵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한편 북한의 후계구도 구축 의도를 깔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플루토늄 핵무기와 다른 고농축우라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임으로써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으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미 행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한 것은 우리가 오랫동안 지녔던 우려와 일치한다”면서 “북한이 이런 능력을 수중에 갖고 있고, 다른 시설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시설 외에 또 다른 우라늄 농축시설도 보유 중일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의도대로 대화 테이블에 곧바로 앉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번 북한의 행동은 미 행정부가 추진해온 비핵화 정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단 미국은 북한을 제외한 북핵 6자회담 당사국들과의 공동 대응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하고 있는 중국 설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미국이 이번 공개를 계기로 전면적으로 대북정책을 재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중국 주요 매체들은 대체로 소극적인 보도 태도를 견지했다. 중국의 대부분 관영 및 민영 매체들이 관련 기사를 다루지 않은 가운데 환구시보만이 거의 유일하게 사실 중심으로 간략하게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뉴욕타임스 등 외신을 인용해 북한의 원심분리기 가동과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한·중·일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보즈워스 대표가 공동 대응 방안 마련을 논의할 것을 전망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