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왜 우라늄탄 택했나…경량화 가능해 플루토늄보다 무기화 쉬워
입력 2010-11-21 21:15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전격 공개함에 따라 고농축우라늄(HEU)을 활용한 북한의 핵무기 기술이 심각한 안보 위협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의 핵기술은 플루토늄탄이 중심이었다. 1·2차 핵실험에 사용한 것이 플루토늄탄이다. 북한은 현재 플루토늄탄 6~8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그러나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이후 영변 핵시설 불능화 등 플루토늄탄 개발에 제약이 따르자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우라늄탄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올초 “북한은 최소한 96년부터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우라늄탄 개발에 매진한 이유는 플루노늄탄 개발 계획이 외부에 많이 노출된 데다 제조에서 보관까지 우라늄탄의 군사적 가치가 더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플루토늄은 천연 우라늄을 농축해 만든 핵연료봉을 원자로에서 반응시킨 다음 재처리해 만들어진다.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원자로 가동·연료봉 냉각·핵물질 추출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루토늄 방식인 영변 핵시설의 경우 미국의 밀착감시를 받고 있고, 2007년의 부분적 불능화 조치로 사실상 가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반면 우라늄탄은 플루토늄탄과 달리 핵실험이 필요 없다. 또 제조가 쉬운 데다 경량화도 가능해 무기화가 용이하다. 특히 북한이 우라늄탄을 중·장거리 미사일 기술에 적용할 경우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고농축우라늄 문제는 2002년 10월 방북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북측이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개발을 시인하면서 불거졌다.
미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이 20일 증언한 대로 영변에 수백개의 원심분리기가 있다면, 간접적으로나마 농축우라늄 시설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다는 구체적 증거는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규모인 플루토늄 재처리시설과 달리 우라늄 농축시설은 규모가 작아(300평 이내) 은닉이 쉽기 때문이다. 방사능 노출도 적어 외부의 감시가 어렵다. 우라늄 농축시설은 평북 천마산, 양강도 영저리 미사일기지, 자강도 하갑, 평북 박천군과 태천군 등에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북한은 1988∼2001년 사이 파키스탄으로부터 P1형 원심분리기 20대와 P2형의 설계도를 제공받았고, 러시아 등을 통해 고강도 알루미늄 150t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이를 활용해 대규모 원심분리기 공장을 지었는지는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우라늄탄을 개발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셈”이라며 “이제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수 있고, 수년 내에 우라늄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