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보낸 지난 1년 뿌듯 한국인이란 게 자랑스럽습니다”

입력 2010-11-21 19:45


“한국인이란 게 자랑스럽습니다.” 19일 서울 삼청동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사무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유혜경(41) 자문관과 문서나(36) 자문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민 1.5세대, 2세대로 다른 나라 국적이었지만 이들은 지난 1년간 모국을 위해 혼신을 다했다. 인터뷰 내내 이들은 뿌듯함과 함께 이제 ‘마음의 고향’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을 토해냈다.

호주 재무부의 첫 한국인 국장급 공무원인 유 자문관은 “꿈같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호주 총리가 “G20 정상회의를 대비해 유능한 한국계 호주인을 파견하고 싶다”고 추천,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았다.

이후 한국이 개최했던 재무부장·차관 회의와 서울 정상회의 코뮈니케(공동선언문) 작성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코뮈니케에 담는 단어 하나하나에 각국의 이해가 달려 있기에 어휘 선택은 고난도의 문제였다. 하지만 우리 공무원들에게 모국어가 아닌 ‘영어’는 항상 취약한 부분이었고 이 부족한 부분을 교포 1.5세대인 유 자문관이 채워줬다. 세법 등을 전공한 그는 영어와 한국어 모두 완벽하게 구사했다.

이 때문인지 G20 정상회의가 끝난 지난 16일 이명박 대통령은 정상회의 관계자 200여명을 부른 자리에서 특별히 유 자문관을 칭찬했다는 후문이다. 12세 때 부모와 함께 호주로 간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외교관이 돼라’고 하셨던 그 말을 항상 품고 살았고 이제 한 걸음 뗀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자문관은 “한국을 떠날 때와 지금의 한국을 비교하면 놀랍도록 발전했다”며 “지난 1년 준비위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단 하나 한국이 이제 세계를 이끄는 리더로서 손색이 없다는 점이며 자기 시간까지 빼앗겨가며 일하는 공무원들의 희생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문 자문관도 유 자문관과 비슷한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한국에 오게 된 경위는 판이하게 달랐다. 한국이 G20 의장국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이력서를 보냈다. 미국 교포 2세인 그는 항상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고 했다.

국제 변호사인 문 자문관은 “로스쿨을 나와 미국계 로펌에서 일하면서 홍콩 지사를 지원한 것도 한국과 좀 더 가까이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한국에 대한 열정은 대화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한국어 실력이 말해줬다.

1년 남짓 준비위에서 일했던 문 자문관은 “개발과 관련된 의제 부분의 코뮈니케 작성에 있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 합치되는 문구를 만드는 일을 했다”면서도 “하지만 나 혼자 한 일이 아니라 이창용 단장님 이하 모든 팀이 함께 이뤄낸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유 자문관은 다음 주 한국을 떠나 주일본 호주 대사관에서 공사참사관으로 일하게 되며 문 자문관은 내년 초 미국계 로펌의 홍콩 지사로 다시 돌아간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