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건배사’ 책 펴낸 김미경 아트스피치연구원장

입력 2010-11-21 19:41


요즘 건배사가 화제다. 경만호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는 지난 2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오바마’라고 외치고 “오빠,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라는 낯 뜨거운 설명을 덧붙였다가 부총재직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에서 “‘글로벌’을 선창하면 ‘하모니’로 답해 달라”며 선창과 후창이 이어지는 한국식 건배사를 제안해 위트와 국제적 감각을 갖춘 인물로 새삼 주목을 받았다. 30초 이내의 짧은 건배사를 통해 두 인물의 명예와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 것이다.



건배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을 듣기 위해 김미경(45·사진) 아트스피치연구원장을 지난 19일 서울 서교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스타 CEO들의 스피치 선생님’으로 불리기도 하는 그는 상황과 장소에 어울리는 적절한 건배사와 조언을 담은 책 ‘스토리 건배사’(21세기북스)를 펴냈다.

김 원장은 건배사야말로 리더십을 강력하게 표출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인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에는 분위기를 띄운답시고 삼행시나 축약어로 된 건배사를 주로 쓰는데 감동은커녕 실망을 주는 경우가 허다해요. 성희롱 성격이 짙은 말장난도 많고요. 인터넷에서 뒤져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라거나 ‘성행위(성공과 행복을 위하여)’, ‘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려)’이라고 외친들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힘듭니다. 오히려 애써 쌓은 품격을 잃기 십상이지요.”

김 원장은 짧은 시간에 모임에 참여한 사람을 감동시키려면 자신의 인생철학이 담긴 건배사를 건네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배사는 리더십이에요. 5명이든 1000명이든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산 정상까지 끌고 가 ‘야호’를 외치게 하는 힘이죠. 짧지만 가장 열정적이고 폭발적인 말하기이자 나를 알리는 강력한 기회이기도 하고요.”

2008년 음의 강약이나 몸짓이 있는 음악의 특징을 스피치 분야에 적용한 ‘아트스피치’ 교육법을 개발해 눈길을 모았던 그는 “건배사는 억지로 외치는 것이 아니다. 특별한 날,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의 마음이 부딪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황에 따라 건배사를 만드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브랜드 건배사’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책 출간을 기념해 오는 29일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정운찬 전 국무총리,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 이지연 KBS 아나운서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건배사 배틀’을 열 예정이다. 참석자들이 즉석에서 주제에 맞는 건배사를 하면 심사를 통해 우승자를 가리는 행사다.

글·사진=김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