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통일되면 내 나라 떠나 민족 잊고 싶다”

한국 문학의 거장인 고은(77·사진) 시인이 통일이 되면 한반도를 영원히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은 시인은 지난 20일 전북 군산시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조국이 통일만 되면 내 나라를 떠나 민족을 잊고 싶다. 조속히 분단이 끝나길 바란다”고 말하며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내비쳤다.

전북오페라단이 무대(19∼20일)에 올린 오페라 ‘만인보’를 관람하기 위해 군산을 찾은 고은 시인은 노벨상 수상 실패가 한글에 대한 외국인들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렇지 않다”라며 단호하게 부정했다. 그는 “내 언어가 한국어에 갇혀서 그랬다고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어가 외국에서 번역되는 과정이 쉽지 않은 점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숨을 쉴 때까지 글을 쓰고 무덤에서도 글을 쓰겠다. 만인보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아직 쓰고자 하는 것이 너무 많다”고 말해 향후 만인보 특별판 제작을 시사하기도 했다. 고은 시인은 전날 선산을 찾은 데 이어 “어렸을 적 친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소회에 젖기도 했다”며 고향 군산에 대한 애틋한 향수도 드러냈다.

서울대와 단국대 석좌교수인 그는 내년 3월부터 석좌교수로 군산대에서도 강단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김용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