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초대석-예장 합동 김삼봉 총회장] “보수신앙의 순수성 보존 위해 2013년 WCC 총회 협력 못한다”

입력 2010-11-21 20:29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이 한국교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회원교회가 1만1300여개에 이르고 목회자만 해도 2만8000명에 성도 수 290만명에 육박하기에 한국교회 5개 중 1개가 이 교단에 속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장 합동 김삼봉(71·서울 대한교회) 총회장을 만나 향후 총회 운영 방안을 들어봤다.

-이번 95회기 총회 운영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제 임기는 1년입니다. 우리 총회는 법규에 따라 상비부서와 위원회 등 역할분담이 잘돼 있습니다. 따라서 총회장이 어떤 일을 억지로 하겠다고 나서면 그때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저 물 흐르듯 겸손하게 섬겨 평안한 총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총회에서 거의 결정되다시피 했던 직선제가 하루 만에 뒤집어졌습니다.

“총대들은 아직도 직선제의 폐단을 극복할 만한 시기가 이르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다시 의견이 모아지면 수년 내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봐요.”

-2013년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를 예장 합동이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교회연합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데요.

“WCC 문제는 교단 역사나 정서상 용납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 교단은 1959년 이 문제를 가지고 갈라섰으니 태생적으로 함께하긴 불가능합니다. 또한 WCC가 신학의 정통성을 벗어나 혼합주의로 가고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겁니다. 일부에서는 포용·협력을 주장하지만 우린 보수 신앙의 순수성을 유지·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협력할 수 없습니다. 우린 여론에 떠밀려 신앙의 거룩함을 희생시키지 않습니다.”

-한국찬송가공회(이하 공회) 출판권 문제의 핵심에 예장 합동 교단이 서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과 향후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공회 출판권 문제는 공회가 법인화를 추진하면서 우리 교단의 지분을 모두 가지고 가려는 데서 생긴 것입니다. 옛날처럼 완벽하게 50% 지분을 찾으면 좋겠지만 최대한 우리 지분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급적 빨리 출판권 계약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예장 합동은 한국교회 대부흥 100주년대회 이후 이렇다 할 어젠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특히 2012년은 교단 설립 100주년이 되는 해인데도 준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를 위한 어젠다와 100주년 구상은 무엇입니까.

“우리 교단은 생각보다 큰 교단입니다. 각 산하기관과 위원회, 상비부가 전문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래서 총회가 무엇을 하는지 안 보이더라도 그 안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관과 특별위원회들이 독자적인 활동을 통해 나름대로의 목적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교단 내 목소리가 높습니다. 교단 공식 후보인 길자연 왕성교회 목사 말고도 김동권 전 총회장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입니다. 이번 대표회장 선거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지난 6년여 동안 대표회장이 우리 교단에서 나오지 않아 교단 체면과 위상이 많이 손상된 게 사실입니다. 이번 총회에서 많은 총대들의 지지 속에 역량이 있는 분이 선정된 만큼 이번에는 우리 교단에서 대표회장이 나오리라 예상합니다. 후보는 총회 결의대로 지원할 것입니다.”

-1972년 천막교회를 개척해 오늘의 대한교회를 일구셨습니다. 후배 목회자에게 충고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요즘 목회자들을 보면, 어부가 바닷가에 그물을 쳐놓고 방치해 저녁때 그물까지 쓸려 내려가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교회 개척 초기 남의 땅에 27인용 텐트를 치고 목회를 시작했어요. 2년간 7번 교회를 옮기기도 했습니다. 기도하다가 비가 새면 대야로 물을 퍼내고 텐트가 무너지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일으키겠다고 발버둥을 쳤어요. 밥이 없으면 수제비 해 먹고, 그도 없으면 풀죽을 먹고, 그마저도 없으면 굶고 복음을 전했어요. 예배당 건축 때는 집을 팔아 드렸습니다. 3년에 한번씩 1억원을 헌금했습니다. 그런 각오와 사명감을 갖고 사역했는데 요즘 마이너스 성장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니 그 정신이 약해진 것 같습니다. 목회자들은 박형룡 박사님의 말씀처럼 이성, 돈, 명예 문제를 잘 극복해야 한다고 봐요.”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