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유럽 전역에 미사일방어 시스템 구축 합의

입력 2010-11-21 19:07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모든 회원국을 포괄하는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또 새로운 전략구상을 채택하는 한편 2014년 말까지 아프가니스탄 당국에 치안유지권을 완전히 이양하기로 했다.

28개 나토 회원국 정상은 20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끝난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유럽 전역에 대한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에 합의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의 모든 동맹국 국민을 지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MD를 구축하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어 체제 구축은 우리 시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와 러시아는 향후 MD 체제 구축을 위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또 나토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기능과 역할에 토대를 제공할 ‘신(新) 전략구상(New Strategic concept)’을 채택하고 아프간에서의 출구전략도 승인했다. 신전략구상은 21세기 들면서 9·11테러와 같은 국제 테러리즘, 사이버 테러, 해적 등 안보환경이 급속히 변화함에 따라 이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구상은 지역 안보공동체의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정체성과 기능의 부여, 비 회원국과의 동반자 관계 강화, 유럽 내 핵무기의 역할 재정립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이번 구상이 채택됨으로써 나토는 향후 유럽이 아닌 지역에서도 합법적으로 군사적 개입을 할 수 있게 되는 등 활동영역을 대폭 넓힐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국제 아프간 치안지원군(ISAF)을 주도해 온 나토는 내년 초부터 아프간으로의 치안유지권 이양을 시작, 2014년까지 완료키로 했다.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치안유지권 이양이 진행되면 아프간에서 우리가 수행하는 임무에도 새로운 국면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치안 상황이 변수가 되겠지만 2014년 이후에는 새로운 전투임무를 위해 ISAF 병력이 투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평화로 가는 지름길은 없다”며 치안유지권 이양은 정해진 일정이 아니라 (변동하는) 치안 상황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 당국자들도 반 총장과 마찬가지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