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왕세자가 장남 윌리엄에 英왕위 양보해야”
입력 2010-11-21 19:07
‘찰스왕이냐, 윌리엄왕이냐.’
영국에서 윌리엄(28) 왕자의 약혼 발표를 계기로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그의 아버지 찰스(62) 왕세자가 장남 윌리엄에게 왕위를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새삼 뜨거워지고 있다고 AP, AFP통신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차기 왕으로 찰스 왕세자보다 윌리엄 왕자를 선호하는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는 여론조사기관 ICM의 조사 결과, 응답자 2015명 중 55%가 윌리엄이 아버지를 건너뛰어 왕위를 계승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피플지 여론조사에서도 49%가 윌리엄과 그의 약혼녀 케이트 미들턴이 왕위에 오르기를 원한다고 밝힌 반면, 찰스와 그의 부인 카밀라 파커 볼스를 선택한 경우는 16%에 불과했다. 선데이타임스도 찰스가 윌리엄에게 왕위를 양보해야 한다는 응답은 44%로, 양보해선 안 된다는 응답(37%)보다 많았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결과는 영국 국민들이 찰스와 파커 볼스에 대해 갖고 있는 좋지 않은 감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AFP는 분석했다. 윌리엄 지지파들은 찰스가 고(故) 다이애나비와 이혼하고 파커 볼스와 불륜을 저지른 게 공개됐을 때, 왕위 계승자로서 찰스의 지위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됐다고 주장한다. 현실적으로도 찰스의 나이는 환갑이 넘어 엘리자베스 2세(84)의 사후 왕위를 이을 즈음엔 지나치게 연로한 편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윌리엄 왕자의 약혼과 내년의 결혼 소식은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젊음을 부각시켰다. 또 약혼녀 케이트 역시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다이애나비를 연상시키며 대중의 호감을 사고 있다. 다이애나비 사후 8년 뒤 찰스와 결국 결혼한 파커 볼스가 국민의 외면을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헌법 전문가들은 그러나 “왕위 계승 서열은 여론에 좌우되는 게 아니다”면서 “찰스의 인기가 땅에 떨어졌더라도 서열 순위를 바꿀 손쉬운 방법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헌법 전문가 버논 보그대너는 “우리는 의회군주제에 입각한 나라이기 때문에 왕위 계승자를 바꾸는 조치는 영국 의회뿐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자메이카 등 여러 국가의 의회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일”이라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