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모금회…성금으로 술 마시고 스키 타고

입력 2010-11-21 19:53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총체적인 비리가 보건복지부 감사로 다시 드러났다. 국민이 기탁한 성금을 룸살롱 등에서 유흥비로 탕진하는가 하면 직원 채용 과정에서도 정당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공동모금회장을 포함한 이사 전원은 비리와 부정행위 등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총체적 비리 드러난 모금회=복지부가 21일 발표한 종합감사 결과는 공동모금회 중앙회와 16개 지회의 부정한 조직운영, 방만한 예산집행의 다양한 사례를 망라하고 있다.

서울지회는 공채시험에서 탈락한 8명을 정당한 절차 없이 계약직으로 특별채용했고 이 중 4명을 정규직으로 다시 채용했다. 중앙회와 광주지회에서도 1차례씩 부적정한 직원 채용 사례가 드러났다.

일부 지회에서는 지난 5년간 124차례나 단란주점, 노래방 등에서 업무용 법인카드로 1996만여원을 사용했다. 내부 워크숍을 182차례 진행하면서 전체 비용 3억4891만여원 중 스키장, 래프팅, 바다낚시 등에 2879만여원을 집행했다. 또 지난 5년간 중앙회장·지회장 이·취임식에 4600만원 상당을 썼고 가수 축하공연비, MC 초청비용, 기념품 제작비 등에만 1200만원 가까운 돈을 사용했다.

공동모금회의 핵심 사업인 성금 배분 사업에도 허점이 많았다. 공동모금회는 배분대상자의 사업수행 계획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사업을 맡겨 2006년 이후 92건의 배분사업이 중도 포기되거나 반납됐다.

복지부는 공동모금회 총괄 책임자인 박을종 사무총장에 대해 해임을 요구하고 공금횡령 등에 연루된 직원 2명은 검찰에 고발했다. 부당 집행된 7억5000여만원은 모두 회수 조치토록 했다. 도덕적 해이가 드러난 직원 48명에 대해서는 파면 해임 등 징계를, 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한 관련자 113명에 대해서는 경고, 주의 조치를 요구키로 했다.

◇“모금은 계속돼야 한다”=복지부 감사 결과 발표에 앞서 공동모금회는 “최근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 윤병철 회장 등 이사회 20명 전원이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불미스런 일로 모금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우리 때문에 어려운 이웃에 대한 손길이 줄어 고통을 준 것은 공인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모금회 비리 등이 보도된 이후 한 달 만에 1100여명의 개인 기부자가 기부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단위 후원금이 중단된 사례도 발생해 지난 10월부터 현재까지 모금액은 지난해보다 약 20억원가량 감소했다.

복지단체들은 연말 온정이 식지 않도록 기부를 호소했다.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오영미 운영위원은 “연간 4000여만원을 받아 이주노동자들의 난방비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사업비가 줄어들까봐 걱정”이라며 “온정이 식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