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는 ‘한국 천하’
입력 2010-11-22 00:32
바다에서 원유를 뽑고 저장하는 해양플랜트가 국내 조선업계에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선박 수주에서는 중국에 세계 1위를 내줬지만, 고부가가치의 해양플랜트에서는 우리 업계가 독보적 위치에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적 석유 메이저 회사로부터 심해 유전 시추에 쓰이는 해양플랫폼 선체 부분을 수주했다고 21일 밝혔다. 수주금액은 2억1000만 달러다. 2012년 12월 인도될 예정이며 하루 7만5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월 네덜란드 올씨로부터 세계 최대 해양플랜트 설치선을 6억 달러에 수주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1일 세계 최대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명명식을 가졌다. 2008년 2월 프랑스 토탈로부터 17억 달러에 수주한 것으로, 저장용량이 우리나라 하루 원유 사용량과 맞먹는 200만 배럴에 달한다. 설치될 나이지리아 해상유전 이름을 따 ‘우산 FPSO’로 명명됐으며 길이 320븖, 폭 61븖, 높이 32븖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설계, 제작, 설치, 시운전까지 독자기술로 담당해 세계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기술력을 더욱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1996년부터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프랑스 토탈, 미국 엑슨모빌, 영국 BP 등에 모두 9기의 초대형 FPSO(200만 배럴 이상)를 인도해 이 분야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노르웨이 시드릴로부터 원유 시추선박인 대형 드릴십 2척을 10억8000만 달러에 수주했다. 길이 220븖, 폭 42븖, 높이 19븖에 해수면에서 최대 11㎞ 깊이까지 시추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올해 처음 발주된 대형 드릴십”이라며 “멕시코만 원유 유출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기준을 충족했고, 휘발성 유기물질 최소화 등 안전 및 친환경 기술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은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51척 중 31척을 수주, 드릴십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유지하고 대형 드릴십 발주도 재개되면서 해양에너지 개발시장이 본격 회복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조선사는 올 들어 10월까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만 총 101억6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지난해 수주액은 68억 달러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발주가 늘고 있는 석유 메이저들의 해양플랜트 대부분을 우리나라가 수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