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판 1개에 선수는 4명 ‘靜中動 수싸움’
입력 2010-11-21 18:49
20일 오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경기가 열리는 광저우 기원을 찾아갔다.
기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고요함이 정적을 휘감았다. 다른 경기장과 달리 광저우 기원은 광저우 윈타이 공원 기슭에 자리잡고 있었다. 푸른 나무들로 가득찬 산이 기원을 감싸고 있었다. 기원답게 외부 휴게실은 대나무와 정자가 있는 정원이었다.
이날은 바둑 혼성페어 예선 4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한국의 출전 선수는 바둑 얼짱으로 이름난 이슬아(19)-박정환(17)이었다. 마침 경기 상대는 북한의 조새별-백호길 조로 바둑에서의 남북대결이 이뤄졌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이슬아를 만났다. 전날 중국의 텃세에다 경기 룰을 오해해 역전패한 이슬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표정이었다. 전날에는 두통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어제 오늘 열심히 침을 맞은 덕택에 두통은 말끔히 없어졌다고 전했다. 같은 조인 박정환은 “아침에 일어나 명상을 한 덕택에 몸상태가 좋다”고 말했다.
기원의 지하층에 있는 바둑 경기장은 1층에 있는 체스 경기장보다 통제가 더욱 엄격했다. 체스 경기장은 그나마 2층에 유리벽을 설치해 관중들이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놨다. 하지만 바둑 경기장은 경기 시작 15분이 지나면 취재진은 물론 감독·코치도 바깥으로 나가야 했다. 대신 인터넷과 TV로 경기를 중계했다.
보통 바둑 하면 상대와 1대 1로 붙어 승부를 가리는 장면을 연상하고 바둑을 지켜봤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번 대회에는 개인전이 없다. 대신 단체전만 있다. 바둑판을 사이에 놓고 양 팀 선수 4명이 나란히 앉아 경기를 하는 장면은 이색적이었다. 단체전이지만 같은 팀끼리 상의를 해서는 안된다.
결국 아시안게임 바둑은 ‘이심전심’의 스포츠였다. 이슬아와 박정환은 등에 쿠션을 댄 채 앉아서 경기를 하고 있었다. 이슬아는 아예 의자에 양반다리를 하고 편하게 앉았다. 반면 북한의 조새별, 백호길은 두 손을 꼭 모은 채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의자에 기대지도 않고 정자세로 바둑판만 응시했다. 경기는 한국이 12집 차이로 승리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바둑 종목은 한국의 강세를 예상하고 있다. 이에따라 중국의 텃세가 매우 심하다는 게 양재호 감독의 설명이다. 양 감독은 “다른 감독들은 모두 선수 대기실에 모니터가 있어서 실시간으로 중계를 보고 있지만 우리 팀 대기실에만 모니터가 없다”면서 “결국 바깥에 나가 공용 대기실에 들어가 경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바둑 종목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예상하고 있다. 첫 뚜껑은 22일 열린다.
광저우=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