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 연말 대대적 인사폭풍 예고

입력 2010-11-21 21:41

주요 그룹에 다음 달 ‘쇄신 인사’ 폭풍이 몰아칠 태세다. 삼성은 이재용 체제를 위한 조직 정비를 서두르고 있고, LG는 위기 탈출을 위한 분위기 쇄신에 착수했으며, 현대자동차는 현대건설 인수 실패에 대한 문책이 예상되는 등 인사 요인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주 외아들 이재용 부사장의 사장 승진 방침을 밝혀 대대적인 세대교체 인사를 예고했다. 이 회장은 자신의 최측근인 이학수 상임고문과 김인주 상담역을 재기용하지 않으면서 김순택 부회장을 책임자로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옛 전략기획실의 조직을 복원토록 했다. 새로 마련되는 컨트롤타워는 이 회장을 보좌하면서 미래 신사업을 육성하는 일에 주력하는 한편, ‘이재용 체제’를 준비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재용 부사장은 이와 관련, “(이재용 체제가 시작됐다는 분석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여전히 이 회장이 중심에 계시고 이번 인사의 핵심은 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LG는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에서 지난달 구본준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인사 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적자 탈출을 위한 구원투수로 투입된 오너 일가 출신 구 부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사업본부장 5명 중 2명을 교체했으며 CEO 직속의 2개 팀을 신설했다. 후속인사에선 인화(人和)를 중시하는 LG 기업문화 특성상 조직이 동요할 만한 인사가 이뤄지진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지만, 분위기를 일신(一新)하는 차원에서 예년보다 인사 폭이 클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LG 관계자는 “다음 달 계열사 임원인사에선 미래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인재에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의 후계체제 강화를 위한 세대교체 인사가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현대건설 인수 실패에 따른 직접적인 문책성 인사는 없을 것이며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적지 않은 임원이 인수전 패배의 책임을 물어 세대교체의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SK에선 내년 1월 석유사업과 화학사업 부문을 분사하는 SK에너지의 인사 폭에 관심이 쏠린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각 CIC(회사 내 회사)를 맡고 있는 경영진이 대부분 유지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기획·인사·대외업무 등 핵심영역을 한 곳에서 총괄하지 않고 2개 자회사에서 독립적으로 맡을 경우 인사 요인이 많아진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