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만장자 45명 “부자감세 웬말… 세금 매겨주오”

입력 2010-11-21 18:39

“감세하지 말고 과세해 달라.”



미국에서 연간 100만 달러(약 11억원) 이상을 버는 일부 부자들의 외침이다. 정치적 지지 여부를 떠나 백만장자들의 자진 납세 요구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신선하다는 게 미국 내부의 시각이다. 한발 더 나아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의 높은 도덕적 의무)’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튼튼한 국가 회계를 위한 애국 백만장자’ 모임 소속 회원 45명은 20일(현지시간) 자체 홈페이지에 올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의 소득자에게는 감세 연장을 하지 말고 과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회계 건전성과 동료 시민의 복지를 위해 100만 달러 소득자에 대한 감세 혜택을 예정대로 올해 말 종료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미국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우리에게 감세는 필요 없으며, 우리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재정 적자뿐 아니라 다른 납세자들이 떠안아야 할 부채 부담을 늘리게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올해 말로 종료되는 감세 조치를 연간 소득 25만 달러 이하 중산층에 대해서만 연장하겠다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백만장자들의 자진 과세 요청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상당한 명분을 제공해준 셈이다. 반면 공화당은 부유층까지 포함한 전면적인 감세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들 백만장자 상당수가 민주당에 대규모 헌금을 해온 지지자들이기 때문에 정치적 목적이 순수하지 못하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회원 가운데 ‘벤 앤드 제리 아이스크림’의 공동 창립자인 벤 코언과 아동 정신과 전문의 게일 퍼먼 등은 열혈 민주당 지지자로 잘 알려져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