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反韓 달걀투척·불매운동 들끓자… 대만정부 “태권도 판정 한국과 무관”
입력 2010-11-21 18:40
대만 정부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자국 태권도 선수 양수쥔(楊淑君)이 실격패 판정을 받으면서 확산되고 있는 반한(反韓) 감정과 관련해 “이번 경기 판정은 한국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해온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대만 정부도 이 문제가 한국과 직접 관련 없고 한국과 대만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대만 정부가 이런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해 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는 하루 전인 20일 타이베이(臺北) 주재 한국 대표부에 태권도 판정이 한국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시달하고 필요할 경우 대만 정부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도록 했다.
양국 정부의 이 같은 태도와 달리 판정에 불만을 품은 대만인들은 타이베이에 있는 한국학교에 달걀을 던지고 삼성전자, LG전자, 화장품 등 한국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서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20일 보도했다. 타이베이시 경찰국은 일부 대만인이 타이베이 완화(萬華)구 소재 한국학교의 정문과 운동장을 향해 달걀들을 던졌으나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반한 정서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순찰 경찰관을 늘린 상태다. 대만에 거주 중인 한 한국인 학부모는 “심판이 잘못했는데 학교에 화를 내면 되느냐. 아이를 전학시켜야 하겠다”고 말했다.
대만인들이 한국을 향해 화를 내는 이유는 한국이 태권도 스포츠의 고위 자리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데다 한국계 H씨와 한국인 Y씨가 이번 사태와 관련한 주요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대만 관영 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대만 중부 타이중(臺中)현 펑위안(豊原)시 소재 전자제품 대리점 황보한(黃柏翰) 사장은 “금메달을 돌려 달라”면서 삼성전자 액정 TV를 땅바닥에 집어던진 뒤 친구 2명과 함께 망치 3개로 제품을 깨뜨렸다. 화장품을 파는 한 대만 대리점 측은 한국 화장품만 골라 땅바닥에 던지고 여러 사람이 함께 발로 밟았다. 이 대리점 사장은 “한국 화장품이 판매액의 30% 이상을 차지하지만 손해를 보아도 상관 없다”고 말했다. 대만 일부 음식점, 슈퍼마켓, 가게에도 한국인들에게 안 팔거나 한국 상품을 거부한다는 등의 글들이 나붙었다.
대만에서는 한국 또는 한국계 태권도인이 과거에도 무리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판정에 관여해 대만 선수들이 피해를 봤다고 믿고 있다. 특히 TV와 신문 등 매스컴은 이런 내용을 실격 사건이 발생한 17일 이래 집중 보도하고 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