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2011년 성장률 하향 조정, 왜?… 美·中 경기회복 둔화 반영

입력 2010-11-21 21:25


국내 경제연구소들에 이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4%대로 하향조정한 것은 올해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지만 내년 하반기 이후 경기 둔화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겨있다. KDI도 “경기 사이클상으로 성장률이 정점에 와 있다”고 분석했지만 2012년 이후 우리 경제에 대해선 불확실하다는 입장이었다.

◇왜 성장률 낮췄나=KDI가 21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보다 0.2% 포인트 낮춘 것은 올해 예상보다 높은 6%대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회복 속도 둔화,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둔화 등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성장률 저하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4% 초·중반대의 성장률은 한국의 잠재성장률, 즉 경기가 과열도 냉각도 아닌 수준으로 여겨진다. 현오석 KDI 원장은 “성장률 저하가 아니며 잠재성장으로의 복귀라 해석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국제경제변수들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 때문에 불확실성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KDI는 “주요 20개국(G20)을 통해 국가 간 갈등이 완화되고 있지만, 경제상황에 따라 갈등이 고조되고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이 급변하거나 금융시장에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런 충격이 현실화되면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은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도 일부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도 내년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미국, 유로지역, 일본 등 선진국의 국가부채 등에서 오는 경기하방 요인을 들었다. 내년 성장률과 관련, 5%내외를 전망한 기획재정부를 빼고 한국은행은 4.5%, LG경제연구원 4.0%, 삼성경제연구소 3.8%, 국제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 4.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7%를 각각 예상했다.

◇“기준금리 정상화 지속해야”=KDI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기준금리 정상화를 주장했다. 국내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현재 기준금리 수준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만약 저금리가 지속될 경우 물가상승 기대가 높아질 수 있으며 자산가격 급등 및 재무구조 부실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제개편안에 따라 세수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비과세·감면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 분야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의 장기·고정금리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주택금융시장의 구조를 개선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외환정책과 관련해선 “단기적으론 수출입 기업의 환헤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론 선물환시장의 수급 불균형 해소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KDI는 노동정책 부문에선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층의 빈곤화를 막기 위해 사회보험체계 재검토가 필요하며, 베이비부머 은퇴에 따른 노동력 공백을 예방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통한 고용연장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