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학년도 대입 수능] 언어영역 46번 ‘정답없음’ 논란… 파장 커질 듯

입력 2010-11-21 21:23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 문제에 ‘정답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역대 수능에서 ‘복수정답’이 인정된 사례는 3차례지만 ‘정답이 없다’는 주장이 나온 사례는 처음이다. 지난해 수능에서 복수정답이 나온 데 이어 올해 수능에서도 문항 오류 주장이 제기돼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신뢰도에 타격이 예상된다.

◇어떤 문제인가=논란이 된 문항은 1교시 언어영역 46번 문제다. 채권 가격과 금리 변동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지문을 제시한 비문학 문항이다. 밑줄 쳐진 ㉠, ㉡ 두 지문에 따라 그래프 A가 어떤 방향으로 이동할지 묻는 질문이다.

여기에서 ‘㉡ 주식 투자를 통한 수익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어 채권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지문에 따라 이동한 그래프가 논란이 됐다. 평가원은 ㉡ 지문에 맞는 그래프는 하향 평행 이동하는 형태를 표시한 ⓒ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문항의 정답은 ‘㉠은 ⓑ, ㉡은 ⓒ’로 묶은 3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채권 전문가들은 “금리가 변하지 않고 채권 가격만 하락하는 상황은 없다”면서 “포물선 그래프가 정답처럼 움직이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한 고교 교사는 21일 “고교 과정에서 필요한 지식과 주어진 지문, 그래프만을 놓고 보면, ㉡ 지문에 맞는 그래프는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문과 선택지에 어떤 사실적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팽팽하다.

◇처리 어떻게=평가원은 예정대로 22일 오후 6시까지 이번 수능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은 뒤 29일 최종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김성열 평가원장은 “논란이 분분한 문제에 대해서는 외부 심사위원들의 객관적인 검토를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장은 쉽게 가라않지 않을 전망이다. 평가원이 ‘정답 없음’을 인정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해당 문제를 전원 정답으로 처리하면 평가원이 당초 정답이라고 밝힌 답을 쓴 수험생들의 집단 반발이 우려된다.

‘문제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져도 이의를 제기하는 수험생을 중심으로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능에서도 과학탐구 선택영역인 지구과학Ⅰ의 19번 문항이 복수정답으로 인정돼 논란을 빚었다. 태양이 달에 의해 가려지는 현상인 ‘일식(日蝕)’에 관한 문제였는데, 천문학회가 관측 프로그램으로 검증까지 한 뒤 답이 두 개가 됐다. 2008학년도 물리Ⅱ에서 복수정답이 나오자 정강정 당시 평가원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2004학년도 언어영역 문항에서도 복수정답이 인정됐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