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 지력 다했다… 객토해야”

입력 2010-11-21 18:32

이재오 특임장관이 여의도 정치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른바 ‘객토(客土·농경지를 개량하기 위해 성질이 다른 흙을 가져다 논밭에 섞는 것)론’을 들고 나왔다.



이 장관은 20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여의도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정치는 분명 지력(地力)을 다한 것 같다. 이젠 객토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산성화된 땅을 갈아엎어 새로운 형질의 땅을 만들 듯 여의도 정치도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장관은 이날 지구당원들과 함께 4대강 사업이 진행 중인 낙동강 상주보와 함안보 현장을 둘러볼 계획이었으나 취소했다. 여야가 대치국면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행보를 자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의 객토론을 두고 개헌을 염두에 둔 것인지, 단순히 세대교체 등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4일 SBS 주최로 열린 미래한국리포트 발표회에서도 “우리 정치체제, 한국 정당의 지력이 다했다”며 “객토를 하고 정치적 대결단과 정치개혁, 정치적 변화 없이는 한국의 불신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 장관은 또 최근 여야가 경색된 대치국면을 풀지 못하고 예산안을 볼모로 싸우고 있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자주 내비쳤다고 한다. 이 장관은 지난주 100시간 농성에 돌입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를 찾아 해법을 모색하려고 했지만 입장차만 재확인한 채 물러섰다.

이 장관의 측근은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여의도 정치의 구태의연한 모습에 대한 장관의 소회인 것 같다”며 “개헌을 염두하고 한 발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