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제재 비웃듯 핵능력 과시… 美 “명백한 도발”

입력 2010-11-21 21:18

핵카드 꺼내는 북한… 한반도 또 ‘핵구름’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로 한반도에 핵 위기가 새롭게 조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원심분리기 2000개 가동’ 주장이 맞는다면 이는 분명한 도발이라고 규정하면서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북한이 ‘우라늄 카드’를 내보임에 따라 심각한 북·미 대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심분리기 공개=북한은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에게 원심분리기를 보여주면서 이미 2000개가 가동 중이라고 주장했다. 헤커 박사도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수백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최근 잇따라 방북한 미국의 다른 한반도 정책전문가들과는 달리 그는 핵 전문 과학자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우라늄 농축 능력을 보다 명료하게 과시하기 위해, 그에게 시설 공개와 함께 의도적으로 새로운 사실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헤커 박사는 자신이 농축시설을 상세히 검증하려 하자 북한 당국이 거부했으며, 사진 촬영도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헤커 박사가 본 원심분리기가 정말로 작동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100% 확실치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기 위한 핵심 장비인 원심분리기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는 그동안 미국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실제 북한이 2000개를 확보하고 있다면,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이 이 원심분리기를 어디에서 들여왔는지, 또는 북한이 그동안 기술을 발전시켜 만들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핵 전문가들은 핵무기 1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농축우라늄 25㎏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원심분리기 3000개를 1년 정도 돌리면 가능하다. 북한이 현재 2000개를 작동 중인 게 맞는다면 유의미한 핵무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년 반에서 2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북한 HEU 개발 어디까지=핵무기 우라늄탄은 천연 우라늄을 정제해 그 속에 포함된 우라늄(U235) 비율을 0.7%에서 90% 이상으로 농축시켜 만든다. 2002년 2차 북핵 위기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이 바로 이것이다.

북한이 건설 중이라고 밝힌 경수로도 농축우라늄을 사용한다. 3~5%의 저농축우라늄이지만 농축 농도를 90% 이상으로 올려 HEU로 만들면 핵무기로 전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공개는 HEU 개발이 실험실 단계를 넘어섰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6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를 결의하자, 우라늄 농축 작업 착수를 선언했다. 이후 9월에는 우라늄 농축 실험 성공을 주장했다.

지난 18일에는 조선신보를 통해 플루토늄 무기화를 통한 자위적 핵 억지력 강화, 우라늄 농축기술에 기초한 경수로발전소 건설 등 두 개의 ‘핵무기 완성 통로’가 완성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HEU 개발과 김정은 후계체제를 연결시켜 보는 시각도 있다. 후계자 김정은을 부각시키기 위해 북한 핵 억지력의 상징인 HEU 개발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미국은 플루토늄보다 우라늄 기술을 통한 핵 확산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적발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원심분리기 공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완전한 우라늄 농축기술을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