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라늄탄 생산 기술 갖춘듯… 수년내 HEU 무기 보유 가능성

입력 2010-11-21 18:27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전격 공개함에 따라 고농축우라늄(HEU)을 활용한 북한의 핵무기 기술은 한층 위험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당장 우라늄 핵무기를 생산할 능력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나 우라늄탄 생산에 필요한 기술과 시설을 모두 갖췄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핵기술은 그동안 플루토늄탄이 중심이었다. 북한이 1·2차 핵실험에 사용한 것이 플루토늄 탄이다. 북한은 현재 플루토늄탄 6∼8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이후 플루토늄탄 개발에 제약이 따르자 우라늄탄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올초 “북한은 최소한 1996년부터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고농축우라늄 문제는 2002년 10월 방북한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북측이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개발을 시인하면서 불거졌다. 이 문제로 인해 제네바 합의는 폐기됐다.

지난주 방북했던 미국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20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변에서 수백개의 원심분리기를 봤다고 증언했다.

헤커 소장이 목격한 것이 우라늄 농축시설이 맞다면 이는 지난해 6월 북한이 “시험단계에 들어서 우라늄 농축 작업에 착수한다”고 선언한 것을 뒷받침한다. 북한은 같은 해 9월 “경수로 핵연료 보장을 위한 우라늄 농축기술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다는 구체적 증거는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규모인 플루토늄 재처리시설과 달리 우라늄 농축시설은 규모가 작아(300평 이내) 움직임이 잘 포착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연간 1기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려면 특수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원심분리기가 2000∼3000개 정도 필요하다. 북한은 그동안 파키스탄과 러시아를 통해 은밀히 특수 알루미늄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이를 활용해 대규모 원심분리기 공장을 지었는지는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최소한 수백개의 원심분리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헤커 소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북한은 헤커 소장에게 2000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우라늄탄을 개발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셈”이라며 “이제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수 있고, 수년 내에 우라늄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자신의 주장대로 2000개의 원심분리기를 갖췄는지, 보유한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고농축우라늄 기술을 갖췄는지는 불분명하다. 북한이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더라도 우라늄탄을 만들기까지는 최소 5∼7년의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파키스탄의 경우 우라늄 농축에 성공한 뒤 이를 무기화하기까지는 6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