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로맨틱 코미디 ‘시크릿가든’ 인기몰이
입력 2010-11-22 00:36
사회 정의를 전해준 ‘시대극’이 안방극장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로맨틱 코미디를 전면적으로 내세운 SBS ‘시크릿가든’(토·일 오후 9시50분)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13일 시청률 17.2%(AGB닐슨 미디어리서치)로 첫회를 끊었고 3회에는 18.2%로 상승하면서 20%대에 근접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기간에 방영된 것을 감안하면 꽤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드라마는 ‘예쁘다’는 말보다 ‘멋지다’는 말을 더 좋아하는 스턴트배우 길라임(하지원), 자랑거리는 돈 많은 거고 취미는 돈 쓰기라는 까칠한 백화점 사장 김주원(현빈)이 몸이 바뀌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성숙해진다는 내용이다.
‘신데렐라 스토리’나 ‘몸이 바뀌는 설정’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숱하게 봐온 설정이다. 하지만 이 작품으로 6번째 호흡을 맞춰온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PD의 조합은 통통 튀는 대사와 로맨틱한 사건들로 드라마를 차별화시킨다.
드라마는 1회부터 까칠한 남주인공 주원이 길라임을 향한 사랑에 빠지게 해, 로맨스의 강도를 높였다. 주원이 라임을 보고 “김태희나 전도연보다 더 예쁘다”고 하거나 “화내는 모습도 왜 이리 예쁘냐”고 소리치는 등 여심을 표적으로 삼은 장면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얼굴조차 알려지지 않은 라임을 한눈에 알아보고 “그 눈빛과 이마에 흐르던 땀방울”마저 기억해내는 인기가수 오스카(윤상현)도 여성 시청자들의 환상을 한껏 채워준다.
대사는 맛깔난다. 자신의 사진을 갖고 협박하는 여배우를 처리해달라는 오스카에게 주원은 “그런 사진이 걔한테만 있냐. 모아서 사진집 내”라고 받아치고, 라임이 걱정돼서 택시타라고 보채는 주원에게 라임은 “당신이 택시조합 직원이냐”고 대꾸하는 식이다.
무명의 가난한 여배우에게 외모와 능력이 출중한 백화점 사장이 반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는 뮤직비디오를 방불케 하는 연출로 표현된다.
주원이 전화를 하거나 책을 볼 때도 라임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내용은, 주원 옆에 라임이 하루 종일 따라다니는 장면으로 연출된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주원 옆에 ‘아무렇지도 않게 밝은 날’의 시를 배치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드라마(20회)가 4분의 1을 지난 지점부터는 라임과 주원이 몸이 바뀌기 시작해 코믹함의 농도가 짙어질 예정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몸이 바뀌는 연기는 까다로운데 주연 배우들이 워낙 탄탄해 그 에피소드를 잘 살려낼 것으로 기대된다. 자극적 설정이 난무하는 막장 드라마나 주제의식이 분명한 시대극 사이에서 이 드라마는 오래만에 보는 정통 로맨틱 코미디”라고 평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