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金4·銀4·銅2 반쪽된 성적표… 전자호구 적응 실패가 원인

입력 2010-11-21 18:43

이제 종주국은 없다. 20일 끝난 태권도 경기에서 한국 남자팀(금2, 은3)은 이란(금3, 동1)에 종합 1위를 내줬고, 여자(금2, 은1, 동2)는 중국(금4, 은1)에 사상 처음으로 1위를 헌납했다. 전체 16체급 중 12체급에 선수를 파견해 최소 금 8개를 따겠다는 한국의 목표는 절반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한국 태권도의 몰락은 전자호구를 사용하면서 이미 예견됐다. 호구에 센서를 붙여 타격이 이뤄지면 자동채점되는 전자호구 채택으로 태권도 경기장의 일상사였던 판정시비는 급감했다. 반면 기존 심판들의 채점방식에서 가장 큰 수혜자였던 종주국 한국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했다.

전자호구에 의한 채점방식이 처음 적용된 2009년 10월 코펜하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팀은 중국에 종합 1위를 내줬다. 이어 지난 3월 티후아나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선 이란 남자팀이 한국을 누르고 종합우승했다.

한국도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지난해부터 국내 대회에서 전자호구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태권도협회가 공인한 제품은 세계연맹이 공인해 국제 대회에서 사용되는 라저스트사 제품이 아니라 KP&P사 제품이다. 라저스트 제품이 센서에 닿는 타격 면적을 중요시 한다면 KP&P사 제품은 일정 강도가 넘어야 점수화된다. 라저스트 제품이 자동 채점되는 방식이라면 KP&P사 제품은 센서의 강도를 느낀 심판이 다시 채점하는 반자동식이다. 라저스트 제품이 정확한 타격을 해야 채점에 유리한 반면 KP&P사 제품은 강한 타격을 해야 된다. 포인트 싸움인 태권도 경기 특성상 전자호구의 차이는 결국 평소 훈련방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수년전부터 라저스트사 제품으로 맞춤형 훈련을 해온 이란에 비해 한국은 겨우 두 달 전부터 이 제품으로 적응훈련을 해 왔지만 시간이 없었다. 결국 국제무대의 현실을 무시한 대한태권도협회의 아집이 이번 ‘광저우 참사’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