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지방] 비정규직 판례
입력 2010-11-21 17:40
비정규직 비중은 2007년 전체 노동자의 55.6%(노동계 집계)까지 늘어났으나 점차 줄어 올해는 49.8%를 기록하고 있다. 임시·일용직을 제외하는 통계청 집계로는 33.3%까지 줄었다. 이것도 지난해보다 1.6% 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비정규직의 임금도 소폭 오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7년 7월부터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된 것과 관련이 있다. 비정규직을 본격 도입한 계기가 된 외환위기가 1997년에 발생했으니, 꼭 10년 만에 법이 보호에 나선 것이다.
비정규직보호법 제정에는 행정부나 국회보다는 사법부의 영향이 더 커 보였다. 비정규직의 권익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2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법 조항은 법 제정 이전에 대법원 판례로 확립된 내용이었다.
법 시행 2년이 된 지난해에는 정규직 전환 시점을 고용 후 4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부가 먼저 대량해고 우려를 제기했고, 국회가 맞장구를 쳤다. 만약 그랬다면, 사법부가 보호한 비정규직의 권리를 행정부와 국회가 뭉개버린 사례가 될 뻔했다. 우려했던 대량해고 사태는 없었다.
사실 사법부 판결이 법 제정보다 앞섰다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을 못했다는 의미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소송을 제기해 힘겹게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사법부도 비정규직 도입 초기에는 소극적이었다. 같은 일을 해도 비정규직이 더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이 합법이란 판결도 있었다. 비정규직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면서 점차 법원도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판결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22일 대법원은 현대자동차에 불법 파견돼 일해 온 하도급업체 노동자도 원청업체(현대차)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 전까지는 파견근로가 법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나 불법적으로 이뤄졌을 경우 2년 이상 고용됐더라도 원청업체 직원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노동위원회의 입장이었다. 불법 파견근로자에 대해서는 법을 지킬 의무가 없다는 이상한 기준이었다.
판결 이후에도 현대차는 파견근무해 온 직원들의 직접 고용에 소극적이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위한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파업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준법정신을 강조해 온 정부는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