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동모금회 ‘깨끗한 손’으로 바꿔야

입력 2010-11-21 17:37

정부가 인정한 국내 유일의 통합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수뇌부가 직원들의 각종 비리와 부정행위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윤병철 회장과 박을종 사무총장, 이사회 이사 등 20명이 포함됐다. 나머지 이사 3명도 후임 이사진이 선임되면 그만두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회장 1명과 본부장 1명이 회장과 사무총장 직무를 대행하며 수습에 나선다고 한다.

모금회 수뇌부의 사퇴는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 믿음이 컸던 만큼 실망의 목소리가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사랑의 열매에서 악취가 난다”거나 “사랑의 온도탑은 비리탑”이라는 힐난이 이어졌다. 마음과 손이 깨끗한 사람만이 광주리의 빵을 나눌 수 있는데도, 그러지 못한 데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돌보라는 국민의 숭고한 뜻을 저버린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래다. 모금회의 역할은 정부가 예산으로 할 수 없는 복지의 빈틈을 메우는 일이다. 그것이 세금과 성금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정부가 모금자의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성금 운용 내역을 엄격히 감시하는 장치를 마련한 뒤 국민들에게 기부를 독려하는 것도 모금회 고유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동모금회의 비리가 공개된 이후 이웃에 대한 손길이 확연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액 기부를 철회하는 사례가 많으며 이미 지난 10월부터 현재까지 모금액이 지난해보다 20억원 정도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 모금 시즌에 우리 사회를 달구었던 따뜻한 나눔의 문화가 아예 얼어붙을 우려도 있다.

관건은 신뢰 회복이다. 모금회는 권력기관처럼 굴었던 그동안의 자세를 참회하고 설립 취지에 맞게 낮은 곳으로 내려앉아야 한다. 투명한 성금 집행으로 의심을 사지 않아야 한다. 성금이 적재적소에 쓰이는지 타당성에 대한 감시도 필요하다. 조직 혁신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인건비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이르러서는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정부가 복수의 모금회 설립 등 개선방안을 서둘러 내놓아야 그나마 훈훈한 연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