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만의 황당한 反韓 감정 유감이다
입력 2010-11-21 17:35
아시안게임 여자 태권도에서 경기 규정을 지키지 않은 양수쥔 선수가 몰수패를 당한 데 대해 대만이 보여준 반한(反韓) 움직임은 이성을 잃은 행위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태극기를 불태우고 한국 제품을 부수는가 하면, 한국 제품 불매운동에 나섰으며 타이베이에 있는 한국 학교에 계란을 투척하는 등 노골적인 반한 감정에 어이가 없다.
양수쥔은 지난 17일 양발 뒤꿈치에 금지된 센서 패치 2개를 부착했다가 적발돼 경기 도중 실격 판정을 받았다. 경기감독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경기 종료를 불과 12초 남겨두고 9-0으로 리드하던 양수쥔에게 실격을 통보했다. 양수쥔은 미모와 실력을 겸비해 국민적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스타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이 종목에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았고, 경기 주심과 부심 3명도 모두 외국인이었으며, 경기감독위원장과 대회 심판위원장도 한국인이 아니었다. 그러나 양수쥔이 실격 판정을 인정하지 않고 눈물을 쏟아내면서 몰수패 과정에 한국인이 개입했다는 괴소문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대만 정치권과 언론이 나서서 국민들의 격앙된 감정에 불을 지핀 행위는 스포츠 정신을 훼손한 것으로 심히 유감이다. 마잉주 총통은 19일 “양수쥔 선수 탈락 사건에 대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분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양진톈 외교부장은 “판정에 대해 엄중히 항의하겠다”고 거들었다. 대만의 한 방송사 앵커는 “소녀시대가 와서 사과해도 안 받아주겠다”며 여론을 호도했다.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방송사의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보도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라고 하겠다.
대만 정부가 뒤늦게 이성을 되찾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만 정부는 21일 “이번 경기 판정은 한국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여준 적절한 태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대만 정부는 격한 반한 감정을 보이며 날뛰고 있는 자국 국민을 자제시키는 일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