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신료 올리고 광고도 다 하겠다니
입력 2010-11-21 17:34
KBS 이사회가 19일 현재 2500원인 수신료를 35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의결했다. 함께 추진했던 KBS 2TV의 광고 폐지안은 의결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야당 추천 이사들이 주장한 ‘수신료 3500원+광고 비중 현행 유지’안을 여당 추천 이사들이 수용한 결과다.
이번 인상안은 야당 측의 정치적 계산이 관철됐다. 한 야당 추천 이사는 “5개월간 투쟁을 하며 우리는 하나도 양보 안 하고 모두 얻어냈다”, “KBS 2TV 광고 현행 유지에 총력을 모았다”고 말했다. ‘수신료 6500원+광고 전면 폐지’ 또는 ‘수신료 4600원+광고 비율 20% 축소’라는 여당 측 안은 모두 방송시장에 새로 참입하는 종합편성채널을 돕는 결과가 된다고 판단해 반대한 것이다. 반면 여당 측은 30년 동안 동결된 수신료를 인상했다는 데 의미를 두었다.
1981년부터 30년 동안 동결된 수신료 인상이 정략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KBS는 두 개 채널 중 하나에 광고를 받고 있다. 광고를 받기 위해 민영방송과 시청률 경쟁을 벌이면서 공영방송이라고 주장하는 건 난센스다. 수신료를 인상하려면 광고 없는 완전한 공영방송이 되어야 한다. 광고방송을 계속 유지하려면 수신료를 인상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인상안은 죽도 밥도 아니다.
수신료는 세금처럼 대부분의 가정에서 강제 징수하고 있다. 수신료 1000원 인상은 개별 세대에는 작은 액수일지 모르나 KBS에는 현재 5500억원 정도인 연간 수신료 수익을 7700억원으로 40% 늘려준다. 지난해 광고 수익은 5200억원인데 여기에 연간 2200억원의 수신료 추가 수익이 보태지는 것이다. KBS는 지난해 690억원, 올 상반기에만 1000억원 넘는 수익을 냈다. 무슨 인상 명분이 있는가.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은 수신료 인상안은 부결돼야 마땅하다.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공영방송답게 고품격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고 방만한 경영을 일삼는 KBS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짙다.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의 심의를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