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서승환] 주택담보대출의 참 모습

입력 2010-11-21 17:43


주택금융과 연관된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실들이다. 사실 하나. 최근 발표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의하면 올 상반기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약 84%는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납입하고 있다. 이자만 납입하는 대출의 비율은 5000만원 이하인 경우는 79.8%인 반면 2억원 초과의 경우는 88.5%에 달하는 등 대출금이 증가할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자만 납입하는 대출의 비율이 이렇게 높은 것이 최근에만 나타나고 있는 현상도 아니다. 2007년 말의 이 비율은 87.6%로서 오히려 지금보다 더 높았다.



사실 둘. 최근 주택시장의 침체로 분양이 어려워지자 분양률을 높이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소위 민간임대방식 분양이다. 분양가가 100인 경우 70에 해당하는 금액만 임대보증금의 형식으로 분할 납부하고 30에 해당하는 금액의 이자 상당액을 매월 월세 형식으로 내며 일정기간 후 30을 더 내 100을 완납한 후 분양을 받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실질적으로 민간 건설업자가 30을 대출해 주고 분양 전 일정기간 동안 이자만 받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사실들이 주택가격의 변화와 연관하여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대해 갖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명확한 이해를 위해 주택가격의 급락에 의해 발생한 모기지 대출회사 부실의 여파가 금융기관 전체로 파급되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 미국의 소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살펴보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일으킨 많은 원인 중 하나가 소위 혼합변동금리대출의 비중이 확대된 것이다. 혼합변동금리대출이란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에 의해 하면서 일정기간 동안은 이자상당액 이하만 부담하게 하여 그 기간 중에는 오히려 대출원금이 증가하는 변형된 형태의 모기지 대출이다.

이러한 형태의 대출은 주택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계속 상승하는 경우에는 자본이득을 이용해 부채조정을 다시 할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문제는 집값이 하락하는 경우인데 이 경우에는 소위 지불충격이 발생하여 할부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하게 되는데 이것이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메커니즘이 작동되어 나타난 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출은 거의 변동금리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이자만 납입하는 주택담보대출, 민간임대방식 분양 등의 개념은 미국의 혼합변동금리대출과 거의 같다. 주택가격이 단기간에 대폭 하락하거나 혹은 완만한 하락이 일정기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 금융안정성의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상승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가계부채가 급속히 증가하여 금융안정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이 거의 변화하지 않게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이는 주택정책의 유토피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현실적으로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원칙에 충실해야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본모습은 고정금리로 장기간에 걸쳐 원금과 이자를 분할 납부하는 것이다. 변동금리로 대부분의 위험을 차입자에게 전가시키는 금융기관의 행태는 수정될 필요가 있다. 차입자의 현재소득이 아니라 평생소득에 기초하여 대출원금의 수준을 적절하게 결정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 경우 우리나라의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를 감안한 우리만의 독특한 주택담보대출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이 금융시장 불안정 초래를 막음과 동시에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양수겸장이 될 것이다.

서승환(연세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