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난제 ‘車보험’ 수술대 오른다

입력 2010-11-21 21:37


금융당국이 금융계의 ‘뜨거운 감자’인 자동차 보험제도 개선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의 보험료 인상을 불허한 금융위원회는 대신 연말까지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관련부처와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한 금융위는 최근 큰 테두리의 초안을 마련했다.



21일 초안 작성에 참여한 금융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핵심은 자동차 보험료 책정의 기초가 되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와 정비수가의 거품빼기다. 구체적으로 자보수가와 건강보험 수가 일원화 및 정비수가 공표제도 폐지다.

관건은 의료계, 차 정비업체 등 이해당사자들의 부정적 입장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점이다. 게다가 보건복지부도 자보수가 인하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결실’을 맺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자보수가=현재 자보수가는 건강보험 수가보다 15% 정도 높은데 금융위 초안은 이를 건보수가와 일원화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자보수가가 꾸준히 현실화돼 왔고 자동차 사고의 특성상 증상이 다발성으로 나타나는 데다 후유증까지 감안해야하므로 치료난이도가 높아 병원들의 재정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 측은 건보수가의 경우 치료 시 본인부담금 항목이 있는데 자보수가는 그렇지 않은 데다 수가가 치료비 원가의 70%에 불과한 상황에서 자보수가를 이에 맞추면 자동차 사고 환자들은 서비스 질 저하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손해보험협회 측은 비슷한 의료행위임에도 교통사고 환자에 대해 가산율을 적용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반박한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가 나서 허리와 목이 아플 경우 각각 행위별로 수가를 적용하는 것이 건강보험 수가 적용을 통한 의료행위와 다를 게 무엇이냐는 것이다. 더욱이 자보수가가 높아 불필요한 진료가 이뤄지는 것은 물론 입원기간이 길수록 치료비 체감효과가 큰 건보수가에 비해 자보수가는 체감효과가 미미해 병원이 장기입원을 유인하는 요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정비수가=정비수가 공표제도를 폐지하는 문제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국토부는 지난 7월 정비수가 3%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공표제도를 폐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공정거래법상 시장경쟁 원리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비수가 공표제도는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 정비요금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적정 요금을 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금융위 초안은 정비수가 공표제도를 폐기하는 대신 업계 자율로 정비요금을 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정비업계는 가이드라인마저 없애면 4500여개 정비업체들은 15개 대기업의 횡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자동차검사장비사업조합연합회 정대진 실장은 “업계 자율로 바뀌면 편법(자동차 과잉수리)을 쓸 수밖에 없어 보험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손보사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보험 손해율(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중 보험금으로 지급되는 비율)은 지난 9월 88%까지 치솟았다. 일부 인터넷 손보사들은 이미 큰 적자를 보고 있으며 대형 손보사들도 차 보험을 팔면 팔수록 손해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