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미술’ 그것이 궁금하다… 인사아트센터·갤러리 통큰·아프리카미술관서 전시회
입력 2010-11-21 17:28
아프리카 그림이나 조각에는 눈을 반쯤 감고 있거나 혹은 반쯤 뜨고 있는 인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눈을 너무 크게 뜨고 있으면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게 되어 마음이 어지러워질 수 있으니 반쯤 감고 세상을 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눈을 아예 감아버리면 봐야할 것을 보지 못하고 마음이 닫힐 수 있으니 반쯤 뜨고 세상을 보라는 뜻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미술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그럴지 모른다. 잘 모르기 때문에 눈을 감아버리거나 필요 이상으로 눈을 크게 떠 편견을 가지거나. 지난 20년간 아프리카를 수십 차례 드나들며 이곳 작가를 발굴하고 이들의 작품을 한국에 소개해 온 정해광(48·철학박사) 아프리카미술관장이 아프리카 미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아프리카 현대미술제’를 마련했다.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와 갤러리 통큰, 사간동 아프리카미술관 등 3곳에서 열리는 전시 주제는 ‘Now or Never’로 ‘아프리카 미술, 지금이다. 나중에는 늦다’라는 뜻을 담았다. 인사아트센터(02-736-1020)에서는 예술적 자유와 영감을 타인에게 전하는 룰세게드, 시간의 문을 그리는 타데세, 여인의 아름다움을 자연의 아름다움과 연결시키는 아세파 등 에디오피아 작가들의 신작을 선보인다.
또 탄자니아 작가 팅가팅가는 기원전 3000년의 고대 암각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내 눈길을 끌고 있다. 강렬한 원색의 색채와 간결한 형태로 아프리카를 화면에 옮기는 그는 미술의 황무지나 다름없던 탄자니아에 씨앗을 심고 숲을 만든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흐르는 시간을 정적이면서도 파스텔 톤 색채로 형상화하는 존다실바도 점차 이름을 높여가고 있는 탄자니아 작가다. 23일까지 전시.
갤러리 통큰(02-732-3848)에는 현실 너머의 세계를 추상적으로 그리는 카타, ‘100=1, 1=100’이라는 테마로 서민지역의 모습을 100개의 작은 그림들로 표현한 두츠 등 세네갈 작가, 장르를 넘나드는 붓질로 고달픈 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마잉가, 서로 다른 두 세계의 하모니를 추구하는 리차드 등 케냐 작가, 색채의 자유주의자인 가나 출신 글로버의 작품들이 다음 달 14일까지 걸린다.
아프리카미술관(02-730-2403)에서는 세네갈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케베의 대작들이 전시된다. 케베의 그림에는 꽃을 든 여자와 남자가 많이 등장한다. 꽃을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춤을 추고 키스를 하는 모습에서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아프리카 현실이 녹록지 않지만 꽃을 매개로 삶이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곳 전시도 다음 달 14일까지 이어진다.
2000년대 들어 중국과 인도 미술에 우르르 몰려가다 요즘은 아프리카 미술에 관심을 쏟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강렬한 색채와 따스한 질감이 현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정 관장은 “아프리카 미술의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이들의 그림이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