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그룹조직 복원 왜] 신산업 육성… 특유의 ‘삼각편대’ 재가동
입력 2010-11-19 21:52
삼성이 이재용 부사장의 사장 승진 사실을 공표한 지 하루 만에 김순택 전자 부회장을 그룹 총괄 부회장에 내정하는 등 후속인사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다음 달 중순 사장단 인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옛 전략기획실 기능의 부활을 앞당겨 공식화했다. 이로써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와 이에 따른 삼성 특검 수사로 2008년 7월 해체됐던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가 2년4개월 만에 다시 가동되게 됐다. 또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로 ‘이회장-전략기획실-계열사’로 구성된 삼성 특유의 삼각편대가 완성됐다. 그러나 이 회장의 오랜 ‘복심’으로 통하던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이 전략기획실장으로 복귀할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삼성물산의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그동안의 일반적인 관측과 다른 인사로 받아들여진다.
◇김순택은 누구=김 부회장은 1972년 제일합섬에 입사한 뒤 78년부터 92년까지 14년간 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그룹을 총괄할 적임자 중 한 명이다. 99년부터 10년간 삼성SDI의 사장을 맡아 유기발광 다이오드와 2차 전지 등 신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키워 왔으며,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의 신사업 추진단장으로서 그룹의 미래 사업을 준비해 왔다. 김 부회장의 발탁은 새로운 그룹 조직은 ‘금고지기’ 역할보다 관리와 기획, 비전수립에 주력해야 한다는 이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삼성은 신설되는 그룹 조직이 21세기의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신사업을 육성하는 한편, 그룹 경영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새로 만들어지는 컨트롤 타워가 이 회장을 보좌하면서 올 연말 인사 때 사장으로 승진할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체제를 준비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은 다만 전략기획실의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명칭까지 그대로 복원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미뤘다. 옛 전략기획실의 인적 구성을 감안하면 재무, 회계 등 자금통이 대거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전 전략기획실 멤버 중 상당수는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이학수는 퇴장=삼성은 전략기획실 기능을 부활시키면서도 이학수 고문을 조직의 책임자로 정하지 않았다. 이 고문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한직인 삼성물산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략기획실 차장이던 김인주 삼성전자 상담역은 삼성카드 고문으로 발령났다.
과거 전략기획실을 책임져온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상담역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것은 과거 전략기획실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고 가겠다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다. 비록 두 사람이 사법적 책임을 벗었지만 비자금의 어두운 꼬리표를 달고 있는 만큼 재기용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이 고문은 과거 전략기획실에 대한 문책의 성격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을 다시 경영 전면에 내세워 부담을 감수하기보다는 새로운 책임자를 임명하고 통할조직에 과거와 다른 이미지를 부여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23주기 추모식이 이날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렸다. 추모식에는 삼성과 CJ, 신세계 등 범 삼성가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회장은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함께 선영을 찾았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