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力士 장미란 311kg 번쩍… ‘노골드’ 한 풀었다

입력 2010-11-20 00:36


181㎏의 바벨을 눈앞에 둔 장미란(27·고양시청)은 힘차게 포효했다. 부상의 아픔, 당연히 금메달이라는 부담감의 무게가 더해진 바벨이었다. 하지만 장미란은 이 모든 무게를 이겨내고 깨끗이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역도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장미란은 19일 광저우시 둥관체육관에서 열린 역도 여자 최중량급(+75㎏급)에서 인상 130㎏, 용상 181㎏, 합계 311㎏을 들어올리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장미란은 2005~2007년, 2009년 세계선수권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아시안게임마저 제패하며 역도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했다. 또 2002년 부산 대회 은메달에서 시작된 아시안게임 ‘노 골드’의 한도 풀었다.

특히 이번 금메달은 잦은 부상 속에 100% 몸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딴 금메달이어서 의미도 남달랐다. 장미란은 지난 1월 교통사고로 동계훈련을 거른 이후 허리 부상까지 겹쳤다. 의료진은 물론 코치진까지 아시안게임 출전을 만류했지만 아시안게임에 대한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 코치진에 따르면 광저우 입성 후 경기 당일까지도 장미란은 허리 통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일정 역시 좋지 않았다. 지난 9월 터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지 두 달여 만에 다시 아시안게임을 치러야 했다. 올림픽이 있던 해에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지 않지만 아시안게임이 있는 해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예정대로 열린다. 부상을 안고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장미란은 자신의 최고 기록보다 17㎏이나 적은 309㎏으로 은메달을 딴 멍수핑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컨디션이 제 상태가 아니었지만 국민들의 기대치는 그대로였다. 베이징올림픽을 제패한 상황에서 아시안게임 제패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악재가 반영된 듯 이날 경기에서도 출발은 불안했다. 인상 1차 시기에서 130㎏을 들어올렸으나 뜻하지 않은 실격 판정을 받았고, 멍수핑보다 5㎏이 적은 상태에서 용상에 돌입했다. 베이징올림픽 때 들어올린 인상 최고 기록 140㎏보다 10㎏이나 낮은 기록이었다. 결국 용상에서 181㎏을 들어올려 합계 311㎏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멍수핑과 같은 무게를 들어올렸으나 몸무게가 덜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미란은 금메달 확정 후 “경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 이제 긴장이 풀리니 여기저기 쑤신다”며 “그동안 많이 아파서 준비를 잘 못했던 터라 아쉬움이 많았는데 우승이 확정되니 눈물이 찔끔 나오더라”고 밝혔다.

장미란은 우승을 확정한 후에도 자신의 용상 최고 기록(187㎏)을 깨기 위해 188㎏에 도전하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했다. 비록 신기록 수립에는 실패했지만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하는 시도였다. 장미란은 “몸 상태가 100%가 아닌데도 해낼 수 있었다”며 “이점이 앞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는 데 굉장히 큰 자신감을 줬고 동기 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남자 역도 최중량급(+105㎏급) 경기에서는 전상균(29·한국조폐공사)이 인상 190㎏, 용상 238㎏, 합계 428㎏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광저우=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