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건설 인수대금 佛은행 1조2000억… 자금 성격 규명 논란

입력 2010-11-19 21:29

현대건설 채권단이 19일 논란 끝에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중 1조2000억원의 성격에 대해 재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채권단이 자금 성격을 명확히 하지 못할 경우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인 데다 현대그룹은 경쟁상대인 현대차그룹이 의혹을 흘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인수자금을 놓고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문제의 자금은 프랑스 나타시스 은행에 예치된 현대상선 프랑스법인 명의의 1조2000억원으로 이 자금의 정체가 ‘옵션’이 붙은 인수금융이나 차입금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현대건설 최대주주인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유재한 사장은 이날 “인수자금 의혹이 나온 이상 총체적으로 점검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입찰제안 시 허위 또는 사기로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며서 “논란이 제기된 만큼 조사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이날 오후 늦게 다른 은행들을 설득한 끝에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까지 현대그룹 자금증빙 서류를 재검토하기 위한 추가적인 협의는 없었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금융산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채권단이 자금 성격에 대한 확인을 게을리한다는 지적이 나오면 당국이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이날 “현대차그룹이 언론에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비밀유지 의무조항 위반 등의 이유로 예비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해 줄 것을 매각주간사에 공문으로 요청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