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우수수… EBS 큰 도움안돼” 우울한 고3교실
입력 2010-11-19 18:20
서울 목동 강서고의 3학년 교실을 찾은 19일, 삼삼오오 모인 학생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를 놓고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학생들은 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점수가 예상보다 안 나왔다며 대부분 낙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최한빈(18)군은 “가채점 점수는 떠올리기도 싫다”며 고개를 저었다. 최군은 “평소에도 영어가 좀 약한 편이었지만 외국어영역 점수가 생각보다 많이 낮게 나왔다”고 말했다. 여운준(18)군도 “어제 수리영역 문제지를 봤을 때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준영(18)군은 “지난 6월과 9월에 봤던 시험보다 수능이 더 어려웠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평소 모의고사에서는 성적이 딱 중간 수준이었는데 점수를 보니 더 떨어질 것 같다”며 “EBS 교재 등을 통해 눈에 익은 문제가 많았는데 막상 채점해 보니 많이 틀렸다”고 했다.
일부는 ‘믿었던’ EBS 교재가 실제 시험에서 크게 도움이 안 됐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연세대 수시전형에 지원했다는 박관현(18)군은 “EBS 교재에서 본 문제는 대부분 배점이 낮은 쉬운 문제여서 상위권 학생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됐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울 중대부고 이금수 교사는 “생각보다 점수가 많이 떨어져 공황상태에 빠진 아이들도 많고 눈물을 흘리는 애들도 있다”며 “학원가에서 예측하는 수준보다 학생들이 체감하는 하락 폭은 더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선덕고 신재봉 교사도 “실망한 아이들이 많다”고 학교 분위기를 전한 뒤 “다른 학교 학생들도 모두 어렵게 느낀 시험인 만큼 낙담하긴 이르다고 위로해 줬다”고 말했다.
일선에서 진학지도를 담당하는 교사들은 점수 하락으로 실망감에 젖어 있기보다 남은 기간 지원전략 수립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수험생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서울 한영외고 주석훈 교사는 “점수가 많이 떨어지다 보니 실망한 학생이 많다”며 “낙심하기보다 현재는 내신과 수능 등 각 전형 요소 유·불리를 따져 전략을 짜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백암고 강문선 교사는 “가채점 결과와 예상 등급컷 등을 토대로 정시를 목표로 하는 학생은 영역별 반영비율 등을 꼼꼼히 확인해봐야 하고 수시 2차를 준비하는 학생은 논술과 면접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훈 임세정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