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서울대 학생들 앞에서 ‘담대한 도전’을 말하다
입력 2010-11-19 18:14
“저는 1루까지 최선을 다해 뛰었던 선수
제2 인생도 홈까지 전력질주할 것”
“프리랜서 양준혁입니다.”
19일 오후 1시 서울대 문화관에 400명이 넘는 학생들의 환호를 받으며 ‘양신’ 양준혁 전 삼성 라이온즈 선수가 등장했다. 1993년 입단해 18년간 그라운드를 누비다 지난 9월 은퇴한 양 선수가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 초청으로 ‘위기에 맞선 담대한 도전’이라는 제목의 강연에 나섰다.
양 선수는 “나는 ‘기록의 사나이’라고 불리지만 ‘1루까지 최선을 다해 뛰었던 선수’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양 선수는 홈런, 안타 등 9개 부문에서 최다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는 “프로생활 첫 타석에서부터 마지막 날까지 땅볼을 치든 뜬공을 치든 1루까지 최선을 다해서 뛰었다”며 “실력이 뛰어난 스타가 많지만 열심히 뛰지 않고 돌아오는 사람에겐 프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 선수는 “2002년 처음 타율이 3할에 못 미쳤을 때 위기의식을 느끼고 기술을 모두 버렸다”며 “수천 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칼자루 하나 쥐고 밀림을 헤매듯 걸어 나갔다”고 회상했다.
그때 탄생한 것이 바로 ‘만세 타법’이다. 그는 “우연히 신인 때의 사진을 보다가 만세 자세로 서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며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실패를 데이터 삼아 돌파구를 찾아냈다”고 기억했다.
양 선수는 “내게 가장 소중한 기록 세 가지는 최다 안타, 최다 홈런 그리고 ‘사사구(四死球)’”라고 소개했다. 그는 “2000번째 안타를 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졌기에 최다 안타 기록이 가장 의미가 있다”면서도 “사사구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기록이지만 동료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를 주려고 노력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 소중하다”고 말했다.
양 선수는 “사실 지금의 이승엽 선수는 내가 만든 것”이라고 말해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선수가 입단했을 때 자신은 1루수, 이 선수는 투수였는데 양 선수가 외야수로 잠시 전향하면서 당시 김응룡 감독이 이 선수에게 타자 자리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양 선수는 “몇 년 뒤 홈런 아시아 최고 기록을 깨는 것을 보니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이 선수가 계속 투수를 했다면 선수생활을 몇 년 못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양 선수는 “나는 아직도 내 야구가 2루에 슬라이딩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선수로서는 은퇴했지만 제2의 야구 인생에서도 1루로 전력 질주하듯 홈까지 전력을 다해 뛸 것을 이 자리에서 약속한다”는 말로 강연을 끝맺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