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1 장갑차 침몰원인은 설계 등 총체적 부실 때문”

입력 2010-11-19 21:31

지난 7월 29일 발생해 부사관 1명의 목숨을 빼앗은 K-21 장갑차(사진) 침몰사고는 설계 결함과 시험운행 미비 등 개발 및 운행과정의 총체적 부실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는 19일 이러한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환덕 감사관은 “카이스트 교수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이 8월 20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사고원인을 조사했다”며 “K-21 장갑차 침몰사고는 장갑차 전방부력 부족, 파도막이 기능 상실, 엔진실 배수펌프 미작동, 변속기의 엔진 브레이크(제동장치) 효과에 따른 전방 쏠림 심화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합조단에 따르면, 전방부력 부족은 당시 장갑차 내부에 병력이 탑승하지 않아 후방은 가벼운 반면 엔진 등이 설치된 전방이 무거운 상태로 물에 들어가 일어났다. 전방을 지탱해 줄 부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장갑차가 기울어진 상태로 입수하자 물이 내부로 급속하게 들어왔다는 것이다.

물을 차단하고 부력을 얻기 위해 설치된 파도막이도 높이가 낮아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엔진실로 들어오는 물을 빼내는 배수펌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또 지상에서와 달리 수상에서 장갑차의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하향변속을 하면 덜컥거림 현상이 심하게 일어나 침수 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시험운행 때 장갑차에 탈 수 있는 병력을 모두 태운 상태인 ‘전투모드’와 일부 병력만 타는 ‘공차모드’를 모두 평가해야 했지만, 군은 전투모드만 실시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도하훈련 중 같은 종류의 장갑차가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당시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고 군은 일부 부품만 교체하는 안이한 대처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이에 따라 연구개발을 총괄한 방위사업청과 연구를 주관한 국방과학연구소(ADD), 파도막이를 관리한 국방기술품질원, 운영시험평가 시 수상안전성 평가를 소홀히 한 육군시험평가단 관련자 25명을 엄중 문책키로 했다. 또 군은 전방부력 증대와 파도막이 개선, 배수기능 확대 등 내년 2월까지 K-21 장갑차의 기능을 개선한 뒤 전력화를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8월 6일 포신이 파열된 K-1 전차는 포강에 형성된 미세한 균열이 오랜 사격으로 확대돼 파열된 것으로 분석됐다. 사고 전차는 18년간 운용됐다. 군은 앞으로 사격 전 포강경 측정기구를 이용, 안전성을 점검키로 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