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쪽에 서시죠”… 하나-우리 기싸움
입력 2010-11-19 18:19
19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 이번 주 들어 외환은행 인수 등 금융계 현안이 쏟아진 가운데 시중은행장들이 김중수 한은총재의 주재로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회의시작 전 은행장들 사이에 화젯거리가 된 것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문제였다.
우리은행 이종휘 행장은 사진촬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늦게 도착한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에게 “왜 우리 쪽으로 오시느냐.
외환은행 쪽에 서시라”며 외환은행 래리 클레인 행장이 서 있는 쪽을 가리켰다. 한때 하나금융지주의 우리금융지주 인수설이 나돌기도 한 터여서 이 행장의 발언은 ‘뼈있는 농담’으로 들렸다. 김 행장은 클레인 행장 옆에서 머뭇거리더니 결국 떨어져서 사진을 찍었다.
최근 다시 뒤늦게 외환은행 인수 검토의사를 밝힌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감독 당국의 부정적인 견해에 대해 “당국이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는 문제가 아니고, 산은에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나금융지주, 산업은행에다 호주 ANZ은행의 러브콜도 받고 있는 클레인 행장은 “‘굿모닝’이라는 말밖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 은행장이 “IBK기업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되겠네”라고 말하자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우리가 인수하면 바로 1등이죠”라고 농으로 맞받아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사진촬영 뒤 인수 경쟁자인 민 행장과 김 행장이 마주 보고 앉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협의회에는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9개 은행 대표들이 참석했다.
한편,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본점 및 수도권 영업점 직원 4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나금융 합병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의 자산과 인력을 제대로 운용할 경영능력이 없다”며 현장실사를 포함한 하나금융 인수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외환은행 전국 영업점 직원들은 하나금융의 인수 시도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날 은행 유니폼 대신 평상복을 입고 근무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