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자금 佛 은행 예치금 ‘1조2000억’… ‘수상한 뭉칫돈’ 성격 규명 논란
입력 2010-11-20 00:41
현대건설 채권단이 19일 논란 끝에 현대그룹의 인수 자금 중 1조2000억원의 성격에 대해 재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채권단이 자금 성격을 명확히 밝히지 못할 경우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다 현대그룹은 경쟁상대인 현대차그룹이 의혹을 흘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인수자금을 놓고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갑자기 등장한 거액 예치금=문제의 자금은 프랑스 나타시스 은행에 예치된 현대상선 프랑스법인 명의의 1조2000억원이다. 지난해 현대그룹이 재무개선 약정 대상으로 선정됐을 당시에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자금이다. 총 자산이 33억원인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이 어떻게 이 돈을 조성했는지에 대해서도 현대그룹은 함구하고 있다.
이번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기준에 따르면 현금의 경우 차입금이든 자기 자본이든 자금 출처를 따지지 않고 사용 가능 여부만 확인한다. 그러나 같은 차입금이라도 현금이 아닌 투자확약서(LOC)를 제출할 경우에는 투자 목적과 자금 출처에 따라 감점을 한다. 이 자금의 출처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증권 노조는 “이 자금이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그룹과 지분계약을 한 넥스젠(Nexgen)캐피탈의 자금일 수 있다”면서 “넥스젠캐피탈이 1조2000억원을 차입한 뒤 현대그룹에 다시 대출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번에만 유독 트집을 잡는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기준은 채권단이 변호사 고문을 받아 결정하고 과거 여러 매각 사례에서도 이와 같은 조항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규정을 잘 파악한 현대그룹의 전략이 우수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협상 대상자 바뀔 가능성은?=현대건설 최대주주인 한국정책금융공사 유재한 사장은 이날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의혹이 나온 이상 전체적으로 점검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우리은행 관계자도 “허위로 자금조달 계획을 밝혔을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만큼 조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외환은행은 다른 채권금융기관과의 협의 끝에 이날 오후 늦게 채권단 공동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그룹 자금증빙서류의 재검토를 위한 추가 협의는 없었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못 박았다. 외환은행 측은 예금잔액증명서상 문제가 없어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번복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는 게 다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채권단으로 하여금 자금 성격을 차제에 확인토록 압박하고 있어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최근 옵션 쇼크 등으로 투기자본 문제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정체불명의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이날 “현대차그룹이 언론에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비밀유지 의무조항 위반 등 이유로 현대차그룹의 예비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매각주간사에 보냈다. 현대차 관계자는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황당하다”고 반박했다.
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