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수구 “우리도 우생순”… 20년만에 메달 노린다

입력 2010-11-19 18:00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선수들이 또다시 뭉쳤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떨치고 더 나아가 한국에 수십년 만에 메달을 안겨주기 위해서다. 얼핏 들으면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유명한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다. 하지만 아니다. 주인공은 한국 남자 수구 대표팀이다.

19일 중국 광저우 텐허 수영장에서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수구 예선 A조 3경기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가 열렸다. 한국 취재진도 없었고,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는 관람객도 없었다. 하지만 한국 수구 대표팀은 20년 만에 조국에 아시안게임 메달을 안겨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한국 수구는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1986년 서울대회에서 은메달, 1990년 베이징대회 동메달을 땄지만 이후 20년 동안 3위 안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맹성훈(37) 김현종(30) 김기우(29) 등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대표팀에서 은퇴한 5명의 베테랑들이 오랜 숙원인 메달 획득을 위해 새롭게 가세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모든 개인 생활을 포기하고 합숙에 들어갔다. 태릉에 수영 경기장이 있지만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으로 이곳을 사용하지 못하고 한국체대에서 매일 실전과 같은 훈련을 했다.

현재 컨디션은 최고조다. 최고참 맹성훈은 “일본은 실업 수구 팀이 2000개나 있는데 우리나라는 실업과 대학을 합쳐도 20개 팀이 안된다”면서 “마지막으로 한국 수구를 살려보자는 책임감으로 대회에 나섰다”고 각오를 밝혔다. 막내인 송원호(21)도 “처음에는 선배들이 혹독히 훈련을 시켜서 힘들었지만 이제 왜 선배들이 그렇게 열심히 하자고 했는지 이해가 간다”면서 “반드시 메달을 따겠다. 금메달을 따서 군 면제를 받겠다는 욕심도 있다”고 전했다.

경기는 생각보다 박진감 넘쳤다. 수구는 7명의 선수가 8분 4피리어드로 경기를 해 골을 많이 넣은 팀이 승리하는 종목이다. 심판의 경기시작 휘슬 소리가 울리자마자 양측에서 골키퍼를 제외한 6명의 선수들이 가운데에 놓인 공을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해 역영했다. 실수로 공을 뺏기면 여지없이 모든 선수들이 수비를 위해 반대편 골대 쪽으로 30m 이상을 헤엄쳐갔다. 몸싸움도 치열했다. 카타르 선수가 우리 선수의 손을 잡아당기는 것은 예사였고, 얼굴을 손바닥으로 때리는 장면도 보였다.

수구 선수들은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상황에서 쉴 새 없이 발을 움직이며 1시간가량 걸리는 경기를 소화했다. 하지만 점프를 해서 슛을 던지는 장면은 땅에서 하는 핸드볼과 똑같았다. 경기는 시작한 지 불과 20초 만에 대표팀 주장 박준종(34)이 골을 넣는 등 시종 일관 카타르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끝에 26대 1로 대승했다.

광저우=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