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실격패가 한국 책임? 뿔난 대만, 외교문제 비화 우려

입력 2010-11-19 21:46

아시안게임 대만 태권도선수의 실격패 판정을 계기로 대만 내에서 태극기를 불태우는 등 반한(反韓)감정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당혹감 속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현지 대표부를 통해 교민들에게 안전과 언행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으며 대만 정부에는 대표부의 경비 강화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19일 “대만 현지 상황에 대해 타이베이(臺北) 주재 한국대표부로 하여금 정확한 상황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번 사안으로 인해 대만 내에서 반한감정이 확산되지 않도록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에서는 태권도가 ‘국기’로 여겨질 정도로 국민에게 인기가 있으며 실격패를 당한 양쉬춘 선수는 우리나라의 김연아에 비견될 정도로 미모와 실력을 겸비해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만의 양쉬춘은 지난 17일 열린 여자 49㎏급 예선 1회전에서 상대인 베트남 선수와 경기에서 9-0으로 압도적으로 리드하던 중 종료 12초를 남기고 불법 장비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실격패를 당했다. 당시 심판진은 양쉬춘 발뒤꿈치에 공인되지 않은 센서 패치 2개를 발견해 기술위원들의 회의 후 실격을 선언했다. 이후 판정에 불만을 품은 일부 대만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태극기를 찢고 불태우는가 하면 한국산 라면을 밟는 등 노골적인 반한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대만인들은 이번 판정에 한국계 심판위원이 개입돼 있다고 믿고 있다. 대만의 마잉주 총통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도 대회조직위원회에 원인조사를 촉구해야 한다며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이 경기의 주심은 필리핀인이었고 부심은 중국 쿠웨이트 타지키스탄인이어서 한국과는 무관하다. 더욱이 이 체급에 한국은 선수를 출전시키지도 않았다. 대만인들의 이 같은 과잉반응에는 그동안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중국 때문에 대만인들이 겪고 있는 뿌리 깊은 피해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사태가 불거지자 세계태권도연맹(WTF)은 “장비검사 때는 센서가 없었는데 경기 때는 있었다. 이는 경기 중간 의도적으로 속임수를 쓰려고 붙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사태진화에 나섰으나 화난 대만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광저우=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