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태형] 직관의 힘
입력 2010-11-19 17:39
‘아웃라이어’ 등을 쓴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는 직관의 힘을 강조한 책이다. 인생은 선택과 결정으로 이뤄지는데 그 선택과 결정은 아주 짧은 순간, 1초나 2초 만에 이뤄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글래드웰은 본능적이 아닌 이성적 직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 2초 내에 정확한 직관을 하기 위해서는 평생 이성적인 훈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주안장로교회 나겸일 목사의 정년 연장 문제가 교계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내년 말 70세 정년을 앞두고 교회 내에서 나 목사의 정년을 73세나 75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나 목사는 32년 전 교회에 부임, 당시 200여명의 성도를 출석 6만여명의 대교회로 성장시켰다. 교회 일부에서는 교단(예장통합)을 탈퇴해서라도 나 목사의 정년을 연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목사도 흔들렸다. 아직 건강했고,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제기된 정년 연장이 혹 하나님의 뜻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 인간적 욕심도 있었다. 물론 교회 내에서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고민했다. 이때 직관의 힘이 발동됐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내면의 소리를 들었다. 3일간 한적한 기도원에 들어가 하나님의 뜻을 물었다. 그리고 결정했다. 70세 정년을 지키기로 했다. 내년 말 아름다운 퇴장을 결심했다. 그것이 하나님 뜻이었다.
나 목사는 정년 연장은 바르지 않다는 사실,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았다. 그 직관을 무시하지 않았다. 나 목사가 직관을 따를 수 있었던 것은 절절한 하나님과의 대면을 기초로 평생 그의 목회를 지탱해 온 ‘영혼 구원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이었다. 일생을 걸쳐 체득한 그 원칙이 그를 정년 연장이라는 무리수보다는 당연한 상식을 따르게 만들었다.
오스왈드 체임버스는 “불순종을 하면 직감적인 갈등이 생기며 영적 세계에서 이 직감적인 갈등은 성령의 경고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령께서 이런 경고를 주면 당장 멈추고 우리의 영을 새롭게 해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 특히 목회자들이 직감적인 갈등 상황에서 직관을 무시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리고 파국을 맞는다. 나 목사의 직관적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이태형 i미션라이프부장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