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손학규 대표 농성할 때 아니다

입력 2010-11-19 17:41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3일째 파행을 거듭했다. 민주당은 예산 심사를 사실상 거부했으며, 손학규 대표는 국회 대표실에서 ‘100일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어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는 대여 강경 일변도였다.

민주당의 예산 심사 보이콧과 농성의 표면적 이유는 검찰의 청목회 수사 강행과 청와대의 정치인 사찰 및 ‘대포폰’ 의혹 등이다. 전자는 이미 해결됐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민주당이 스스로 청목회 수사에 응하기로 했다. 남은 것은 정치인 사찰 등인데 야5당이 어제 이와 관련한 특검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특검법이 통과되려면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를 거부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결국 경색정국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정치적 타협밖에 없다.

첫 단추는 민주당이 끼워야 한다. 정기국회의 가장 큰 소임은 예산 심사다. 309조원에 달하는 예산안은 밤을 새워 심사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특히 4대강 예산의 70%를 삭감하겠다는 게 민주당 방침인데 그렇다면 예결위에서 정부 계획의 타당성 여부를 따지는 게 맞다.

손 대표는 농성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는 지난 17일 청목회 수사 강행에 반발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막말’에 가까운 폭언을 했다. 독재니 실정(失政)이니 하는 말은 야당 대표로서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검찰 권력으로 죽일 때 그의 손은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손이 됐다’는 표현은 정치 지도자로서 매우 경솔한 것이다. 할 말 다 해놓고 농성은 왜 하는가. 야당 대표의 농성은 군사독재 시절에나 하는 것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도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야5당은 특검법안에서 청와대의 정치인 사찰,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청와대의 대포폰 지급, ‘그랜저 검사’ 사건 등을 수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설령 검찰이 재수사를 통해 새로운 결과를 내놓더라도 하나같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국민적 의혹을 풀기 위해서라도, 정국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특검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