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약사 스폰서 관행 뿌리 뽑아야

입력 2010-11-19 17:40

제약사가 자사 약품을 팔기 위해 의사와 가족들에게 골프, 관광 등 각종 향응을 제공한 스폰서 실태가 판결문을 통해 밝혀졌다.

18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글락소스미스 클라인은 수도권과 지방, 병원 규모, 진료 과목을 가리지 않고 의사들에게 거액의 행사비, 자문료 등을 뿌렸다. 의사학회가 개최한 90여 차례의 심포지엄에 3억2000만원을 지원했고, 의사와 가족들을 제주도로 초청해 골프비, 숙박비 명목으로 1억5800만원을 썼다.

의사 40여명에게는 고문·자문위원이라는 이유로 1인당 200만∼1000만원을 제공했고, 대형병원 진료 과목별로 의사들에게 골프비도 대줬다. 글락소스미스 클라인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 고객 유인 행위’라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물리자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병원과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나 향응을 베푸는 것이 글락소스미스 클라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제약사치고 의사 약사 간호사의 스폰서를 하지 않은 곳은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서울·경기 지역 의대 교수 4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53.9%가 제약사나 의료기기 업체의 청탁을 받은 적이 있고, 64.4%는 약품이나 기기를 선정할 때 청탁한 회사의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성실하게 응답하지 않았을 개연성을 감안하면 청탁 비율은 훨씬 높다고 봐야 한다. 오죽하면 노골적으로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의사를 지칭하는 ‘모기’ ‘빨대’라는 말까지 등장했을까.

제약사들의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는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상태를 악화시키고, 피해가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범죄와 다를 바 없다. 정부는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엄격하게 적용해 독버섯과 같은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리베이트를 준 제약사만 처벌했지만 앞으로는 의사 약사 병원도 함께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반드시 정착시켜야 한다. 제약업계와 의료기기업계도 쌍벌제 시행을 계기로 자정운동을 벌이고, 리베이트를 대체할 건전한 마케팅 환경을 조성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