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체적 부실 드러난 무기개발 체계
입력 2010-11-19 17:39
국내 무기개발 체계가 설계에서부터 시험평가, 점검관리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군 전투장비의 잇단 사고 원인이 여기에 있었다. 무기전력 평가를 소홀히 하는 등 제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지 못한 무기개발 관련 기관들의 책임도 크다.
국방부는 어제 국산 K계열 무기체계 사고 및 고장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대상은 지난 7월 훈련 중 침몰해 1명이 숨진 K-21 장갑차와 지난 8월 포신이 폭발한 K-1 전차, 엔진고장이 발생한 K-9 자주포다. 감사결과 K-21 사고는 전방부력 부족, 파도막이 기능 상실, 엔진실 배수펌프 미작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났다. 이는 총체적 설계결함을 의미한다. K-1 포신은 포강의 균열이 한계점에 도달해 파열한 것으로, K-9 엔진은 전용부동액 미사용 등으로 고장 난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큰 문제로 확인된 건 K-21이다. 군이 명품무기라고 자랑한 최신예 수륙양용 장갑차다. 지난 10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실전 배치됐다. 그런데 잇단 침수(지난해 12월)·침몰 사고가 났다. 이번에 드러난 설계결함은 심각한 수준이다. 기술력에 비해 과도한 군의 요구성능 제시나 설계단계의 자문역할 미흡 등이 원인일 수 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브리핑에서 ‘설계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설계미흡’을 주장했다. 수상이 아닌 육상전투 수행엔 문제가 없다는 이유다. 안이한 인식이다. 운영시험평가도 허술했다. 장갑차에 병력이 모두 탑승한 전투모드 이외의 경우에는 시험평가를 하지 않았다.
군의 무기개발 및 운용 체계의 전반적 개선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무기를 개발한 뒤 결함을 고쳐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으나 이제는 연구개발 기간을 좀 늘려서라도 철저한 시험평가 등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육군시험평가단 등 관련 기관의 업무 협조도 강화돼야 한다. 무기개발 과정을 전체적으로 총괄할 제3의 기관을 설립하는 문제도 적극 검토할 때다. 현재 방사청이 담당하고 있으나 조정·통제에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