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미니앨범 발표한 변진섭 “목소리는 늙지 않아… 은은히 오랫동안 노래할래요”
입력 2010-11-19 17:39
‘원조 발라드 가수’ 변진섭(44)이 지난달 18일 미니앨범을 냈다. 앨범이 발매된 지 한달이 지났다. 분명 반응은 좋다. 길거리와 카페에서는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그의 미성이 흘러나오고, 2AM의 슬옹, 휘성 등 후배 가수들은 그의 앨범에 대한 극찬을 자신의 트위터에 싣는다. 그런데 좀처럼 TV에선 그를 볼 수 없다. 왜 일까.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발라드의 왕자’를 만나 궁금했던 근황부터 물었다.
“앨범 발매하자마자, 이달 5일 한인문화회관 건립을 위한 하와이 콘서트가 잡혀있어서 그것 준비에 보름을 쏟았죠. 그 이후 방송에 출연하려고 했는데, 요즘 가요 프로그램들(뮤직뱅크, 인기가요 등)은 너무 아이돌 가수 위주여서 좀 쑥스러워요. 출연 제의는 왔지만, 조금 낯간지러워서 미루다보니 대중들이 신보 활동을 안 하는 줄 알더라고요.”
이번 미니앨범은 2007년 11집 ‘드라마’ 이후 3년 만의 결실이다. 타이틀곡 ‘눈물이 쓰다’와 리메이크 곡 ‘내안의 그대’까지 총 5곡이 실려 있다. ‘내안의 그대’는 9집 ‘20B’에 수록된 자신의 노래를 11년 만에 끄집어 낸 것.
“그냥 사라지기엔 너무 아까워서 다시 불러봤어요(웃음). 젊은 친구들은 ‘내안의 그대’를 잘 모를 테니까. 요즘은 어른들 노래와 애들 노래가 너무 구별이 돼서 아이들은 우리 노래를 들으려고 안하잖아요. 하지만 옛날 노래라고 하더라도 들으면 얼마나 좋은데요.”
중년의 나이, 두 아이의 아빠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그의 목소리는 곱고 섬세한, 22년 전 첫 데뷔할 때 음성 그대로다.
“술 먹고 과로해서 목소리를 망가뜨리지 않는 한 목소리는 유지돼요. 목소리만 안 늙나요? 전 얼굴도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골프를 하도 쳐서 좀 탔을 뿐이지. 배도 조금 나온 수준이고, 머리가 빠지거나 하얗게 세지 않더라고요. 사람들이 안 늙는다고 신기해 해요.”
인터뷰 자리에 그는 비니 모자를 쓰고 초록색 패딩 점퍼에 카고 바지를 입고 왔다. 젊은 의상, 장난기 가득한 말투에서 기성세대의 고루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신곡으로 ‘씨앤블루’의 ‘외톨이야’를 꼽을 때는 살짝 빈틈이 보였다. ‘외톨이야’는 올해 초 인기를 끈 ‘철 지난 유행가’이기 때문.
“아니, 올 초에 나온 노래가 요즘 노래가 아니에요?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군요. 그럼 ‘희망사항’은 요즘 역사책에 나와야겠어요. 10대들 틈에서는 ‘가요 시조’인 거 아니에요? ‘외톨이야’를 신곡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거 나야말로 외톨이구먼(웃음).”
수많은 노래가 쏟아지고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가요시장이다. 변진섭은 “그래도 위축되지 않는다. 방송을 많이 안 해도, 갑자기 ‘빡’ 뜨지 않더라도, 공연이나 앨범으로 은은하게 오래 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