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만찬 진두지휘 이병우 총주방장 “우리 식재료가 세계 최고… 요리는 곧 문화죠”

입력 2010-11-19 17:24


“접시가 깨끗이 비워져 나왔습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 11일 저녁 열린 G20 환영 만찬을 진두지휘했던 롯데호텔 이병우(55·사진) 총주방장은 음식에 대한 반응을 묻자 짤막하게 답했다. 17일 만난 그는 모든 행사가 무사히 끝나 다행이라면서도 자세한 설명은 피했다. 고객에 대한 예의가 몸에 밴 베테랑인 데다, 그 고객이 각국의 정상이니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가 이번에 준비한 G20 환영 만찬은 국빈 만찬 준비 경력이 있는 직원 130여명(조리팀 50여명, 서비스 직원 80여명)이 투입된 대규모 행사였다. 조리실과 만찬 장소가 150여m 떨어져 있는 악조건이었지만 남긴 음식이 없었다니 결과는 ‘OK’였던 셈이다.

“이번 만찬은 그린(Green)이 주제였습니다. 운반비용이 들지 않은 저탄소 식재료를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국산 식재료를 택하게 됐지요. 조리방법도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심플하게 했고, 야채를 많이 썼습니다.”

이 총주방장은 “양식이었지만 재료는 모두 우리 것을 썼다”면서 “우리 식재료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G20 만찬 준비를 하는 동안 롯데호텔 무궁화 한식당 재개관 메뉴를 마무리하는 일로 더욱 바빴다. 롯데호텔서울은 지하 1층에 있던 한식당 ‘무궁화’를 호텔 최고층인 본관 38층으로 이전해 지난 3일 열었다. 1년여의 준비 끝에 문을 연 무궁화는 인테리어에도 대단한 공을 들였지만 식당은 뭐니뭐니해도 맛이 제일 중요한 만큼 이 총주방장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식의 세계화에 실질적인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뿌듯합니다.”

그가 선택한 것은 한국 전통의 한상차림이 아니라 양식처럼 먹거리를 차례로 내놓는 코스 메뉴다. 하지만 식전먹거리, 찬전식, 응이(죽류), 생선요리, 구이요리, 후식 등 각각의 코스를 소반차림으로 내놓아 한상차림의 격식을 유지했다.

이 총주방장은 “무궁화의 한식은 조리법이나 식재료는 정통성을, 요리의 표현은 모던함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가시가 성성한 성게 껍질에 담아내는 성게알찜이 대표적인 케이스. 제주성게알과 닭새우를 찐 다음 성게알을 거품 내 무스처럼 얹은 것으로, 보는 이들마다 감탄할 정도. 6코스에서 최대 14코스의 소반차림으로 구성된 런치와 디너, 채식코스 메뉴가 있다. 가격은 5만5000원(세금 및 봉사료 별도)부터 시작된다. 최고가는 25만원이니 엄청 비싼 셈인데, 이에 대해 이 총주방장은 “평소 한식을 너무 싸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그러고 보니 호텔 일식은 이보다 더 비싸도 딴죽 거는 사람이 없잖은가.

“요리를 먹는 차원이 아니라 문화적 예술적 차원으로 인식하고, 대우해야 합니다.”

프랑스 지중해 멕시코의 음식문화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으니 이미 외국에선 요리를 예술로 대접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이 총주방장은 “이제 바뀔 때가 됐다”고 답했다.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맵고 짠 것을 삼간다는 그는 세계적인 셰프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음식에 대한 열정은 기본이고, 국제적인 감각을 갖춰야 하며, 요리는 창작이므로 섬세함이 있어야 된다”고 조언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